기술만으로 농민의 장밋빛 미래 보장 가능할까?

존디어, CES 2023서 ‘주역’으로 떠올라
“기술이 농민 살리는 세상 오지 않을 것”

  • 입력 2023.01.15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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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5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행사장에서 존 메이 존디어 회장이 CES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존디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5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행사장에서 존 메이 존디어 회장이 CES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존디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5~8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실질적 주인공은 미국의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John Deere)였다.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 등 농업분야 최신기술을 소개한 데 더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CES 기조연설을 하는 등 올해 CES의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CES는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이 모여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박람회다. CES 2023의 전시 기조는 ‘기술혁신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과 지속가능성’이었는데, 이러한 기조하에 올해 기조연설은 존 메이 존디어 회장이 진행했다.

존디어는 로봇공학·자율주행·인공지능(AI) 기술을 농업분야에 적용 중이다. CES 2023에서 존디어가 소개한 제품 중 하나인 로봇 비료살포기 ‘이그잭트샷(Exactshot)’의 경우, 농민이 씨앗을 심으면 기계의 센서가 씨앗이 자리잡은 위치를 감지한 후 필요한 양의 비료만 ‘적정살포’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다. 메이 회장은 이걸 사용하면 비료 사용량을 기존 대비 60% 가량 감축할 수 있으며, 사람 6,000명이 할 일을 이 기계 혼자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존디어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은 존디어의 최신형 자율주행 트랙터는 CES 2023 전시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GPS와 카메라, 센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논·밭에서 운전자 없이 24시간 작업 수행이 가능하며, 이 트랙터 역시 6,000명의 농민이 할 일을 혼자 할 수 있다는 게 존디어 측의 설명이었다.

메이 회장은 존디어의 최첨단 기술이 농업에 혁신을 일으키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리라는 취지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CES 2023 기간 내내 주목받았다. 존디어가 ‘지속가능성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이 상황, 우리나라 농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경북 봉화군의 소농인 송성일 한국농어촌공사 상임이사는 CES 2023 관람평으로 “공포스러웠다. 한 대의 농기계가 6,000명의 작업을 대체하는 세상은 나 같은 농민은 필요 없는 세상이 아닐까”라는 말을 첫머리에 꺼내며 다음과 같은 감상평을 남겼다.

“역사를 보면 기술이 (그보다 과거의 기술을 갖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늘 승리해왔다. 그게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우리는 사회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예컨대 스마트농업 중심의 기업농들은 수출농업을 영위하고, 우리 같은 가족농·소농들은 푸드플랜(지역먹거리계획) 참여를 통해 공공급식에의 지역먹거리 공급으로 삶을 유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존디어 회장은 기술만이 농민을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그런 세상은 오지 않는다. 기술만으로 농민의 삶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기술 진보에 수반되는 특정 계급의 희생과 고통을 막기 위한 사회적·정책적 준비가 기술 발전과 동반되도록 준비하는 게 정치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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