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남북 모두 웃을 수 있는 한 해 되길

  • 입력 2023.01.15 18:00
  • 수정 2023.02.09 15:10
  • 기자명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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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부디 꽃피는 봄이 오면 움츠러든 마음과 함께 평화의 기운도 활짝 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국내외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해 경제를 다소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 등의 철저한 통제와 가뭄·홍수 등 기상 악화, 북중교역 차질에 따른 비료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에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국제제재는 북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은 전년 대비 18만톤(3.8%) 감소한 451만톤이다. 코로나19와 봄 가뭄, 여름 홍수, 가을 장마 등 작물 생육기간(5~9월)의 기상조건이 나빴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가 북한이 내세운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의 첫해인 만큼 ‘먹는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북한에게 먹는 문제는 늘 국가의 중대사였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비상한 각오 안고 올해 알곡생산 목표 점령을 위해 총매진하자’ 제하의 기사에서 “나라의 알곡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이는 것은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하여 어떤 대가를 치르어서라도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할 국가중대사”라고 밝혔다. “쌀은 곧 사회주의”, “쌀은 우리의 힘이고 존엄” 등 먹는 문제를 반드시 풀겠다는 굳은 의지가 읽힌다.

이미 올해를 국방력 강화에 주력하는 해로 선포한 상황에서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식량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혁의 부진과 자본의 부족’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아왔다. 동기유발에 취약한 집단농업 체제를 과감히 개혁하지 못했고, 농업 발전에 필요한 자본과 신기술을 공급하는 데에도 실패를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 침체 기간에 농업생산기반이 지속적으로 낙후됐고, 식량난이 심각했던 시기에는 산림이 광범위하게 훼손됐다. 그 결과 기상재해가 일상화되고, 농업 생산성도 낮아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한반도의 기후변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먹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태공동체’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남북이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이상기후의 피해를 최대한 완화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북한은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기후변화,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협력 필요성을 밝혀왔다. 이제 남한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 그 어떤 거창한 계획 이전에 일단 남북이 만나야 한다. 한반도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한반도에서 살고있는 바로 우리다. 우리부터 먼저 협력해야 한다.

지난해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장 어떤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위기의 지속과 고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평화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남북의 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남북이 ‘생태공동체’라는 인식으로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북한의 오랜 숙제인 먹는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 일방적 시혜가 아닌 ‘협력’이다. 올해는 부디 남북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날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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