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 위한 농민들의 작은 움직임

경기도 평화농장서 2년째 통일 벼농사 짓는 농민들
지난해 조곡 48톤 수확 … 남북교류협력 기금 조성
영암군농민회, 학교에 쌀 나눔 “통일 의미 되새겨”

  • 입력 2023.01.01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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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농민들의 통일 염원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5월 31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염원하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촉구하는 당진 지역 통일쌀모내기에서 당진시농민회 회원들이 이앙기 4대를 동원해 1만7,000여평에 달하는 논에 모를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의 통일 염원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5월 31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염원하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촉구하는 당진 지역 통일쌀모내기에서 당진시농민회 회원들이 이앙기 4대를 동원해 1만7,000여평에 달하는 논에 모를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냉각상태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진입했다가 빠져나가고, 윤석열 대통령의 확전까지 각오했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강대강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새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

하지만 남북이 대화와 대결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농민들은 농업을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트고자 노력해왔다.

2019년에는 전 국민 모금으로 통일트랙터 27대를 마련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으로 보내진 못했다. 농민들은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방법을 강구했다. 그 결과 2021년 경기도 연천군에 평화농장을 조성하고 ‘통일 벼농사’를 지었다.

평화농장은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강내리의 군남댐 홍수조절지 내 위치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농업 분야의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운영 및 관리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경기도연맹이 실질적인 농사를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예산 문제 및 사후관리 등을 고려해 경기도가 운영을 맡았다. 수확한 벼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사용한다는 원칙이다. 판매대금은 향후 남북 평화농업 협력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2022년에는 조곡 48톤을 수확했고, 판매대금에 대해서는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적립한다”며 “남북교류에 대한 물꼬가 트이면 그때 활용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2023년에도 올해 면적(9만4,000여평)만큼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이미 전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 조성된 통일경작지에서 20년 넘게 통일쌀농사를 짓고 있다. 매년 모내기와 수확을 할 때면 행사를 개최해 지역 농민·주민들과 함께 평화를 염원한다. 수확 뒤 판매한 금액은 향후 교류협력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춘천시 신동 인근 들녘에서 통일쌀 모내기 행사를 진행했던 김덕수 춘천시농민회장은 당시 “남과 북이 가장 먼저 통일할 수 있는 분야가 식량이 아닐까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쌀이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2주년을 맞아 지난해 6월 15일 경남 진주시 금산면 일대에서 열린 통일쌀 모내기 행사에서 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은 “22년 전 오늘 남북 양 정상은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통일의 이정표에 합의했다”며 “그 결과 남북농민들의 금강산 상봉이 이뤄졌고, 농민들은 북녘 못자리 비닐보내기 사업, 통일쌀 모내기 사업, 통일농기계사업 등 매년 민족농업, 통일농업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진천군농민회는 충북 진천군 이월면 소재 통일쌀 공동경작지에서 ‘분단의 철조망을 녹여 통일농업 농기구를 만들자!’를 주제로 통일경작 벼 베기 행사를 열어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영암군농민회는 지난해 11월 22일 직접 수확한 통일쌀(500g씩 3,000개)을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전달해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정책실장은 “수년 전부터 북에 통일쌀을 보내기 위해 통일쌀 경작지 사업을 해왔는데, 북으로 못 보내는 상황이다. 통일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지역 초등학교에서 도정된 통일쌀을 나눠줌으로써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아 기획했다”며 “올해는 처음이라 초등학교만 대상으로 했는데, 내년부터는 중·고등학생까지 확대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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