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보전 위한 국립농업박물관의 역할은?

  • 입력 2022.12.25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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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하동 전통차농업은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공식 등재되며 생태·문화·환경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차밭에서 여성농민들이 찻잎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하동 전통차농업은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공식 등재되며 생태·문화·환경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차밭에서 여성농민들이 찻잎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옛 농촌진흥청 터에 개관한 국립농업박물관(관장 황수철). 우리 농업유산의 보전을 위해 국립농업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난 16일 제1회 국립농업박물관 포럼 ‘찬란한 농업유산의 부활’이 국립농업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엔 농업유산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전문가·활동가 등이 모여 각지의 농업유산 사례 공유 및 보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황길식 (주)명소IMC 대표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구들장 논’ 사례를 소개했다. 구들장 논은 경사가 심한 지형에 돌로 구들을 놓는 방식으로 석축을 쌓고 흙을 다져 만든 논으로, 논에 물 대며 농사짓기 불리한 지역에서 윗논과 아랫논의 연속적 물 관리가 가능한 논이다. 이러한 특징을 인정받아,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는 청산도 구들장 논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청산도의 인구 감소(2017년 2,458명 → 2022년 2,275명) 및 고령화(평균 연령 70.6세)로 휴경 구들장 논이 늘어나고, 논농사 방식의 현대화에 따라 구들장 논의 기존 특성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청산도 주민들은 완도군과의 협력하에 ‘공동경작단’을 꾸리고 휴경 구들장 논의 복원·정비에 나섬과 함께, 도시민의 논 경작 참여를 통한 구들장 논 보전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구들장 논 오너제’도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2018~2020년 간 청산도 구들장 논 보전협의회 중심으로 공동경작단을 운영한 결과, 휴경 구들장 논 총 162필지(면적 10.5ha)의 복원·정비가 이뤄졌다”며 “향후 도농교류 활동과 구들장 논 관광도 활성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남 보성군 ‘보향다원’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인 ‘보성 전통차 농업시스템’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다원 중 한 곳으로, 포럼엔 5대째 보향다원에서 전통차 보전활동을 벌이는 최준성씨가 참석해 보향다원의 활동을 소개했다. 현재 보향다원에선 보성 유기농 차에 흑미·유자·도라지 등 새로운 원료를 배합한 차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전통차 만들기 및 차 시음 등 시민을 위한 차문화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다랑논에서 토종벼 농사를 짓는 다랑협동조합 농민 김진한씨는 경남도의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통한 경남지역 다랑논 보전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 또한 청산도 사례와 마찬가지로 도시민의 경작활동 참여를 통해 농민·도시민이 함께 다랑논 지키기에 나선 사례다.

오승희 그레잇테이블 대표는 ‘밭에서 놀다가 만난 농업유산의 힘’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오 대표는 “문화프로젝트 그레잇테이블은 밭에서 놀고 먹고 보는 행위를 통해 밭에서 멀어진 도시민들에겐 해방구를, 농부와 예술가, 요리사 등 창작자에겐 새로운 실험의 장을 제공하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 뒤 2020년 이래 올해까지 총 7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충주·논산·양평·남양주 등지의 친환경농민들을 만나 농장에서 ‘함께 놀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오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밭’ 자체가, 그리고 밭에서 농사짓고, 요리하고, 노는 행위들 자체가 ‘농업유산’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밭에 발을 딛으며, 농민들의 농사짓는 모습을 직접 접하고, 그 결과물로서 나온 토종농작물로 요리사들이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그레잇테이블은 창작의 과정을 통해 관객을 밭으로 초대해 농업유산의 능동적 참여자로 변환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벌였다”며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찾아낼 수 있는 시대에, 박물관은 관객과 전시물의 만남을 위해 매력있는 장소성이 요구된다.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국립농업박물관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북 순창에서 토종작물을 재배하는 농민 김현희씨는 “순창 토종씨앗 채종포에서 토종작물을 재배하는 20여명의 농민 중 한 명이다. 우리뿐 아니라 각지에서 토종씨앗을 보전하고자 노력하는 농민들이 많은데, 국립농업박물관이 이러한 주체적 농부들의 삶을 소개하고 연결지어주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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