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농산물을 국민에게 선물한 대통령

  • 입력 2022.12.2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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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2년 한 해가 어느덧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12월 연말, 한 해를 마무리 하기 위해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기이다.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숨 가쁘게 시간은 흘렀고 많은 것들도 함께 변화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도 여러가지 논란과 분쟁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쌓여있고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다시 농민들을 분노케 했다.

바로 대통령의 수입농산물 선물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대통령은 사회 필수시설 종사자 등에게 선물을 보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물이 발송됐는데 선물의 구성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수입산 먹거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전부 수입산으로 구성된 농산물을 연말 선물이라고 보내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선물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긴다. 단순한 상품 하나가 아니라 어떤 의미로 선물을 준비했는지 어떠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드러난다. 그러기에 선물에 담기는 글자 하나하나, 포장 하나하나도 세심하게 기획하고 이후 발생할 파장도 고려해서 면밀히 준비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입농산물을 2,000명이 넘는 국민에게 보낸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선물이란 모름지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정성이 담기기 마련이다. 개인이 주고받는 선물도 정성을 다하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보내는 연말 먹거리 선물의 내용물이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받기 어렵다. 대통령 명의의 선물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관리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스템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이 수입이든 국내산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농업에 대한 국정철학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민들 앞에서 농업을 대통령이 직접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하고, 식량주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증가하는 수입농산물로 겪고 있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2004년 타결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8개국과의 FTA가 동시다발적으로 체결됐고 우리나라는 FTA 강국이 됐다. FTA를 체결할 때마다 농업은 희생양이 됐고 그 피해는 현장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농축산식품의 수입량은 매년 늘어났고 무역수지 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2021년 한 해의 무역수지 적자만 해도 333억4,600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크다. 사료용을 포함한 자급률은 20.2%로 올라갈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매년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막대한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도 낮은 식량자급률도 대수롭지 않은 듯하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희망을 줄 수도 절망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의 행보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이러한 행보의 최정점이 이번 수입농산물 선물일 것이다. 대통령조차 자국의 농업을 가벼이 여기고 자국의 농산물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 농민들은 어떠한 심정으로 내년 농사를 준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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