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김관영 전북도지사님,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도청 정문 앞, 한겨울 찬바람 막아줄 비닐 천막도 없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얇은 스티로폼 하나 그리고 텐트 세 개가 전부인 농성장에 농민이 있습니다. 또, 도의회 로비, 의정활동을 알리는 전광판 아래에 한두 평 남짓한 공간을 마련하고 농성 중인 의원도 계십니다.
벌써 15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배수의 진을 치듯 곡기를 끊고 물과 효소만으로 버티는 날도 어느덧 5일이 지나고 있습니다(12월 5일 현재). 청사 정문을 걸어 잠그고 전기조차 제공하지 않는 도청의 비인도적 처사로 인해 냉기 가득한 텐트에서 한뎃잠을 자야 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데 농민단체 대표와 현직 도의원이 단식까지 해야 하는 이 서글픈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폭락한 쌀값 대책 마련과 폭등한 농업생산비 지원, 농민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가 그렇게 과한 것인가요. 농민들은 올해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통계를 작성한 지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한 쌀값에 더해 비료값, 사료값, 기름값, 인건비까지 영농에 필요한 모든 필수농자재 가격이 올라 결국 남는 것은 빚더미뿐이라는 말을 되뇌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출금리마저 두 자릿수로 인상될 수도 있다 하니 농사를 짓기 위해 농가부채를 떠안고 있는 농민들에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과 같습니다. 텅 빈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이 더욱 시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말 그대로 작금의 현실은 농민들에게 재난 상황입니다.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과 오은미 전라북도 의원(진보당)이 도청 밖과 도의회 안에서 단식농성까지 불사하는 이유입니다. 이 절박한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또 도정에 실질적인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전북도청 현관 위에 큼지막하게 내건 문구를 읽어봅니다.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 또, 그 아래 농민들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내건 현수막을 읽어봅니다. ‘전라북도는 농민의 절규에 답하라’ 묻고 싶습니다. 지사님의 ‘함께’엔 농민들이 있습니까. 정녕, 농도라고 자부하는 전북에서 농민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불통행정’의 오명을 씻는, 김관영 지사님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기대합니다. 농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