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폭락하는 쌀값, 쌀 문제에 대한 단상

  • 입력 2022.11.20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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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요즘 쌀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국내 전체 쌀 생산량은 올해 기준 376만4,000톤이고, 의무수입물량은 연간 40만8,700톤에 달한다. 그런데 1990년 119.6kg이던 1인당 연간소비량은 30년 만에 56.9kg으로 반토막이 났다.

총생산량도 줄어들고 있으나 개인당 소비량이 더 크게 감소함으로써 쌀이 남아도는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매년 약 20만톤에 가까운 쌀이 잉여로 남게 돼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영향으로 물가상승에 비교해 쌀가격의 상승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다. 상당히 안정화돼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게, 예컨대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배가 넘지만 쌀가격은 3배 차이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주식인 쌀만큼은 국제정세의 급변에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로써 안정된 쌀가격이 서민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발전이 담보되느냐 하는 것이다. 평생 농업에 종사한 농민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해 경쟁력을 갖출 수는 없다.

농민들이 전적으로 농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물론 논농업에 있어서는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돼 농작업이 쉬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농가의 농업소득이 물가상승률에 맞춰 향상돼야 농업의 생산유지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한편으로는 높은 쌀 자급률의 지속적 유지, 쌀가격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추구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소득을 향상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쌀 농업 소득을 향상시키는 길은 쌀가격을 인상시키거나 직불금 지급을 증액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도 농업예산을 2.4%증액했다. 증액을 하기는 했으나 이는 전체 예산 증가폭인 5.4%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쌀 직불금 증액을 동결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안문제로 쌀가격 폭락이라는 변수를 맞이해 임기응변으로 쌀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장기계획조차도 그 실효성을 상실한지 오래됐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농민이 처한 현실이다.

잉여 쌀을 해외 원조에 충당한다거나 가루쌀 생산용으로 일부 전환하겠다고 한다. 가루쌀 생산 면적을 올해 100ha에서 내년 2,000ha로 20배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품종 적응성과 상품성이 우려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처분되지 않는 잉여 쌀에 대해서는 해외 원조를 조금 더 늘려 다각화함으로써 국가 이미지 향상에 기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외 원조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수출증진이나 이미지 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쌀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령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떡볶이와 관련해 ‘떡볶이 데이’를 지정함으로써 떡볶이 소비를 늘린다거나 재래 떡을 포함해 해외 수출을 장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방향은 시급한 현안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시중에 풀리는 쌀을 대량 매입하는 것 외에는 그 폭락사태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매입된 쌀은 해외 원조용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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