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환경개선 예산, 반드시 반영해야

  • 입력 2022.11.13 18:00
  • 수정 2022.11.21 09:2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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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국회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숨 막히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급식노동자들의 처절함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초고강도 노동을 감수하고 있는 급식노동자들은 그들의 생존권을 위해 국회 기습시위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무리 외쳐도 달라지지 않는 급식실 환경의 열악함이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다.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 우리나라의 학교 무상급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선진적인 제도로 발전돼 왔다. 지난 12년 동안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애쓴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 그리고 국민들의 호응이 함께 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다. 무상급식을 더 나은 발전적인 제도로 만들기 위해 식품비 단가를 높이고 인건비를 식품비와 분리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환경개선은 시급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급식실은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의 영양과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급식노동자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보살피지 못했다. 얼마 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전체 급식노동자 5,979명 중 27.3%가 폐CT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결과발표가 있었다. 튀김, 볶음, 구이 등의 요리 시 ‘조리흄’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하고 이 물질이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폐암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 교육청, 지자체, 정부 모두 더이상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열악한 근로환경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급식노동자의 직업성 질환은 노후화된 시설 교체 등 작업장의 환경개선으로 충분히 해소해 나갈 수 있는 문제다. 환기시설만 제대로 갖춰도 충분히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이 개선된 곳은 너무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부분의 급식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차별받아왔다. 학교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라는 요구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건강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자의 근로환경 마련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당연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열심히 일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돼야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사업은 없다. 사람을 살리는 예산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 반영돼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2023년 정부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 급식실 적정인원 배치를 위한 예산이 반드시 추가 편성돼야 한다. 열악한 작업장 환경도 문제지만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고들은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인원 감축에서부터 시작됐다. 적정인원을 배치해 노동강도를 줄이고 죽음의 급식실이 아닌 안전하고 쾌적한 급식실로 바꿔야 한다. 국회는 비용이 아닌 안전을 우선하는 예산안 심사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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