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법 개정, ‘국가책임 강화’와 함께 고민할 내용은?

학교급식법 개정안 준비 중인 시민사회

  • 입력 2022.11.11 00:13
  • 수정 2022.11.12 12:2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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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5일 대전시 대철회관에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급식연대)·희망먹거리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2022 지역활동가 워크숍에서 진헌극 급식연대 상임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박인숙 급식연대 공동대표(가운데)와 박수진 경북외국어고등학교 영양교사는 각각 먹거리운동단체, 전교조에서 준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5일 대전시 대철회관에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급식연대)·희망먹거리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2022 지역활동가 워크숍에서 진헌극 급식연대 상임대표(오른쪽)가 먹거리운동단체에서 준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수진 경북외국어고등학교 영양교사(왼쪽)는 전교조에서 준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운데는 박인숙 급식연대 공동대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상임대표 진헌극, 급식연대) 등 먹거리운동단체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양교육위원회(위원장 정명옥, 전교조 영양교육위원회)가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4~5일 대전시 대철회관에서 급식연대·(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 주최로 2022 지역활동가 워크숍이 ‘학교급식&공공급식&먹거리통합지원센터 현황과 과제, 그리고 대안모색’이란 주제하에 열렸다. 이 자리엔 전국 각지의 급식운동 활동가들과 영양교사들이 모여 학교급식법 개정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각자가 현장에서 진단한 급식체계의 문제점들을 공유했다.

이날 진헌극 급식연대 상임대표는 급식연대와 희망먹거리네트워크가 준비 중인 학교급식법 개정안 내용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급식을 국가사무로 전환 △정부 예산 부담(50%) 및 지방정부(광역·기초지자체 및 교육청) 분담비율 제시 △식재료비 인상에 따른 예산 확보방안 마련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국내산 식재료 사용 의무화, 친환경식재료 비율 제고 및 5무 급식(GMO·방사능·항생제·잔류농약·화학적 합성첨가물이 없는 급식) 의무화 조항 신설 △식생활교육 강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 대응을 위한 매뉴얼 구축 △영양사·영양교사·조리사·조리종사원에 대한 적정 인력배치 등이다.

연이어 박수진 경북외국어고등학교 영양교사가 전교조 영양교육위원회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제1조에서부터 ‘교육기본법 제9조에 따라 영양·식생활교육을 통해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교육기본법 제9조는 학교교육이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만큼, 학교급식법 제1조를 위와 같이 개정하는 것은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박 영양교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전교조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영양·식생활교육의 명문화 △국가·지자체에 영양·식생활교육 임무 부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임의조항에서 강제조항으로 개정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개정의 학교급식 신속 적용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학교급식이 단순히 소비자 구매만족도 조사 형태로 평가되는 현실을 넘어 교육활동이라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연 1회 실시되는 학교교육과정평가에 학교급식 평가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전교조 영양교육위원회의 입장이다.

먹거리운동단체들과 전교조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공통적으로 담은 내용 중 하나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조항이다. 현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관련 조항은 광역·기초지자체장이 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한 임의조항으로, 이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게 양 개정안의 공통점이다. 다만 먹거리운동단체 개정안에선 독자적으로 센터 운영이 어려운 기초지자체의 경우 인근 기초지자체와 연계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군포·의왕시의 경우 합동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양 개정안에 대한 발표 뒤 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빈파 급식연대 공동대표는 “현행 학교급식법 제9조에선 국가 또는 지자체가 급식과 관련해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하는데, 여기서 학교급식 경비는 식품비·시설비·운영비로, 그중 운영비는 시설운영비·인건비로 명확히 구분하는 게 필요하며 그에 더해 기타 필요한 경비까지 급식 경비로 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이 중 식품비의 경우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되 지자체가 일부 부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부천시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먹거리운동단체 개정안의 ‘학교급식 국가사무 전환’ 내용과 관련해 “국가사무라는 건 단순히 예산 지원 내용만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급식 운영에 대해) 지침을 내리고 간섭하는 사안이 발생할 수 있는 건이라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 뒤 “급식예산 분담비율 건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지방 간 급식 격차가 상당한 것도 사실인데, 급식예산 문제를 단순히 분담비율 정하는 식으로 제기할 경우 급식 격차가 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의 지자체 급식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중앙-지방 간 급식 격차를 줄이기 위한 중앙 재정의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선 현장에서 급식체계를 꾸려가는 주체들의 지자체 급식체계에 대한 고민도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김수경 서울 노원구 교육지원과 주무관은 최근 서울시 학교급식 정책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표방했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언급했다.

예컨대 서울시 내 자치구 중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한 6개구(성북구·은평구·노원구·서대문구·동대문구·성동구)는 급식지원 담당부서로서 교육지원과 내 ‘친환경급식팀’ 또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존재했는데, 올해 들어 성북구(교육지원과 내 친환경급식팀)를 제외한 5개 구는 친환경급식팀 및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전부 학교지원팀(성동구는 교육정책팀)으로 흡수됐다. 친환경급식을 구체적으로 꾸려갈 팀이 한꺼번에 증발한 셈이다.

김 주무관은 이와 함께 서울시 학교급식 정책의 문제점으로 △친환경농산물 적정 사용비율 미준수 △기존에 별도 지급됐던 Non-GMO 급식비가 내년부터 식재료비에 포함됨에 따른 Non-GMO 급식체계 약화 △식생활교육 담당팀 및 담당자 부재 등을 지적하며 “‘친환경 쌀 의무사용’, ‘친환경 식재료 70% 이상 사용’ 등의 내용을 명문화하고, Non-GMO·과일급식·무(無)방사능·무농약의 기본 기조를 제대로 지키는지에 대한 영양교사·영양사 교육, 식생활교육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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