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며, 요리하며 지역음식 지키는 사람들

충남 청양서 ‘더 테이스트 포럼 2022’ 성료

  • 입력 2022.11.11 00:0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5일 충남 청양군 칠갑산휴양랜드에서 열린 ‘더 테이스트 포럼 2022’ 맛 워크숍 중 강연숙 단양군 향토음식연구회 회장이 단양 향토음식인 수수풋콩찜떡 조리를 시연하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청양군 칠갑산휴양랜드에서 열린 ‘더 테이스트 포럼 2022’ 맛 워크숍 중 강연숙 단양군 향토음식연구회 회장이 단양 향토음식인 수수풋콩찜떡 조리를 시연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전국 각지의 지역음식(향토음식)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 고유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 가치를 알리는 이들의 노력으로 지역음식, 나아가 그것과 연결되는 지역농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된다.

충남 청양군과 한국농어촌공사 청양지사 주최, ‘지속가능한 미식도시 청양 플랫폼사업단(더테이스트청양)’ 주관으로 지난 5~6일 청양군 칠갑산휴양랜드에서 열린 ‘더 테이스트 포럼 2022’는 기록하며, 요리하며 지역음식을 지키는 농민·요리연구자·식문화디자이너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인 자리였다.

포럼 첫날 ‘맛 워크숍’에선 엄현정 프란로칼 셰프(경기 양평), 염혜숙 푸드디렉터(강원 철원), 강연숙 단양군 향토음식연구회 회장(충북 단양)이 각 지역 음식에 대한 발표 및 요리 시연·시식을 진행했다. 강연숙 회장은 단양의 지역음식인 수수풋콩찜떡과 생강나무꽃식혜를 소개했다. 수수풋콩찜떡은 단양의 특산잡곡인 수수 및 가을에 생산되는 양대콩으로 만든 찜떡이며, 생강나무꽃식혜는 단양 산간지역에 많이 자라는 생강나무의 가지를 넣어 끓인 물을 활용해 만든 식혜다. 두 음식 모두 단양의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단양 이외의 지역에선 접하기 힘든 먹거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 회장은 “이 음식들을 비롯한 단양 향토음식 60여가지의 복원을 위해 지역 어르신들의 구술을 기록했고, 옛 문헌도 대대적으로 참고했다”며 “앞으로 향토음식의 지속적 발굴·계승·보존과 함께 향토음식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향토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미식포럼은 ‘지역음식의 기록’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김명진 여수향토요리문화학원 원장은 전남 여수시 일대 섬들을 9년간 돌아다니며 각 섬의 음식문화를 기록해 온 사례를 소개했다. 매일 새벽마다 배를 2~3시간씩 타고 낯선 섬으로 가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오길 9년, 김 원장의 표현에 따르면 처음엔 “웬 갱상도 말을 쓰는 아지매(김 원장은 경남 산청 출신)가 와서 이 집 저 집 대문 열고 뭘 물어싸니까 도둑이거나 미친 X인 줄 알았다”던 섬사람들도 김 원장의 열정에 감동해, 나중엔 지역음식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들을 술술 풀었다.

9년간의 노력 결과, 김 원장은 여수 365개 섬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담긴 <여수 향토음식역사 자료집>을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자료집엔 돌게장·벌떡게장·고구마빼깽이죽 등 다양한 향토음식에 대한 기록이 담겼으며, 똑같이 군소(일명 바다토끼)를 재료로 삼은 요리여도 어떤 섬에선 콩가루를, 그곳에서 배 타고 5분 거리인 또 다른 섬에선 고춧가루를 활용하는 등의 섬 요리 간 세세한 차이까지 기록했다.

여수엔 아무 연고도 없던 김 원장이 여수 섬들을 돌아다니며 향토음식 문화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원장은 “후학들이 향토음식을 우리 음식문화의 재생에너지로 삼을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현재는 여수에서 ‘향토음식 양성자 과정’을 통한 교육활동도 진행 중”이라며 “이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도 각자 사는 지역에서 지역 향토음식 기록을 위해 나설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현숙 지현숙생활발효학교 대표는 제주도 할망(할머니)과 양평·춘천·공주·강화도 등지의 주민들로부터 전수받은 발효문화를 소개했다. 지현숙생활발효학교는 전국 각지의 할머니들이 지켜온 발효기법 및 음식을 기록한 <할망의 부엌을 찾아서>란 책을 서귀포시청·제주아카이브센터와 공동으로 펴낸 바 있다.

지 대표는 “할머니의 부엌은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생활 속 지혜가 담긴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할머니의 부엌을 통해 전수된 마을의 지혜와 손맛이 마을밥상과 학교급식을 통해 이어지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럼 둘째 날엔 ‘지역음식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미식포럼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식경험 디자이너 강은경씨는 부산 다대포와 영도, 경기도 파주, 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음식과 지역성’이란 주제로 진행한 음식예술 교육 프로젝트에 대해, 제주도에서 온 강나루 씨는 ‘씨앗매개자’로서 예술활동 및 ‘토종 식재료 워크숍’ 등을 통해 토종씨앗을 지키고 그 가치를 알려온 사례를 소개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