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체제와 농민권리, 공존할 수 없다

제주도서 농민·전문가 모여 농민권리 실현방안 토론

  • 입력 2022.10.30 18:00
  • 수정 2022.10.30 20:0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민 등 민중의 희생을 강요해 온 자유무역 체제 너머의 대안 모색을 위해 농민·전문가들이 제주도에 모였다.

지난 27일 (사)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주최로 제주도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열린 ‘2022 제주인권포럼’의 일환으로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주관 ‘농어업의 위기, 자유무역을 극복하는 농민 권리의 시대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이 ‘농업차별과 농민의 위기를 불러온 자유무역’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코로나19 확산 및 전 세계적 불평등 심화 속에서 세계화도 주춤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선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서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탄소국경 조정(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의 새로운 무역장벽이 등장했고,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본국 회귀현상(리쇼어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이 팀장의 진단이다.

이 팀장은 “식량수입국이 수입에 의존할수록 자급력을 회복하기 어렵고 더 많은 수입에 의존하는, 매우 불안정한 구조가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건만, 정부는 여전히 물가안정 대책으로 농산물 수입을 대안으로 제시 중”이라며 “이제는 국가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채호진 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수입개방으로 인한 제주도 과수농가의 위기를 증언했다. 채 사무처장에 따르면, 제주도의 주요작물인 감귤,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온주밀감의 노지 재배면적은 2014년 1만6,941ha에서 지난해 1만4,499ha로 계속 줄었다.

노지에서 감귤을 재배했던 농민 중 다수가 비닐하우스에서의 만감류 재배로 선회했다. 2014년 1,937ha였던 하우스 만감류 재배면적은 지난해 3,458ha로까지 늘었다. 감귤농가 상당수가 FTA 피해보전기금을 사용해 하우스 만감류 재배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FTA 피해보전기금으로 ‘피해보전’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심스럽다. 채 사무처장은 “3,300㎡의 하우스를 지을 시 FTA 기금 50%, 융자 30%, 자부담 20%로 농민이 들여야 할 자금은 약 2억원이다. 기타 난방시설 등의 추가시설이 필요하므로 농가 부담은 약 3억원으로까지 늘어난다”며 “자금이 없는 농민들은 아예 하우스 만감류 재배과정에 진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채 사무처장은 이어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도 과수농업은 아열대작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만감류 재배농민 중에도 키위 등 다른 아열대작물로 옮기는 추세”라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국들은 노지에서 아열대작물을 재배하는 반면 제주도 아열대작물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시설재배로만 재배가 가능하다. 제주도의 아열대작물이 CPTPP 가입국들의 아열대작물과 과연 경쟁이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제연합(유엔) 농민권리선언에서 규정한 농민권리 관련 내용이 국내 정책에 반영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앙정부 차원에선 △농어민 삶의 질 개선 관련 정책을 유엔농민권리선언 기준으로 재편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농민인권증진담당관’ 설치 △인권 관련 법과 조례, 규정에 농민 인권 관련 내용 포함(국회, 국가인권위원회, 지방정부와 공동노력 필요) 등을 언급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