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조합원 위한 조합장 선거돼야

  • 입력 2022.10.3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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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제도의 꽃은 투표라고 한다. 소중한 한 표가 내 삶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책을 두루두루 잘 살펴보고 나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큰 선거가 두 번이나 치러졌고 2024년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있다. 이제 한동안 큰 선거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농업분야에서 중요한 선거가 내년에 치러진다. 바로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다.

이제 5개월이 조금 더 남은 조합장 선거는 본격적으로 선거 체제로 접어들었다. 이미 현장에서는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고 벌써부터 과열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돈 선거’,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조합장 선거가 이번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로 치러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여전히 조합장 선거에서는 정책홍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공정한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정책선거를 다짐하지만 현실에서는 유권자도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후보도 유권자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깜깜이 선거는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게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현행 조합장 선거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쇄도했지만 이는 개선되지 않았다. 큰 이권이 걸려있는 선거에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이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후보자의 실력이 투명하게 알려져 유권자가 이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다.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후보자, 유권자 모두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에 위치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4년 동안 우리 조합을 이끌어갈 조합장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조합을 이끌고자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투표로 나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조합원들은 협동과 자치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합의 미래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무자격조합원, 가짜조합원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다. 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이 훼손되고 협동조합으로서 순수성이 왜곡되는 것은 가짜조합원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은 현장에서 출발한 실천의 역사를 갖고 있다. 협동조합은 기존 자본주의경제 시스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현재 농협의 모습을 결코 대안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촌지역 농민에게 농협의 존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언제나 농민조합원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야 할 농협이지만 현실에서 농협은 농민과 같은 길에 서 있지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조합원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조합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신뢰받는 조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농협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흐려졌기 때문에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삼는 결사체로서의 협동조합, 그 권력 기반은 바로 조합원이다. 농민조합원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결구조를 가지는 협동조합으로 다시금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합경영보다 조합원을 위한 조합장, 그리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조합장이 이끌어가는 조합이 많아져야 한다. 조합원의 권익보장과 조합의 발전은 같은 방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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