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지역먹거리 체계의 계속되는 위기

거창공유농업사회적협동조합, 장고 끝에 거창푸드 위탁사업 중단
거창군의회 예산 삭감 단행 뒤 고용불안·적자운영 등 운영 난항

  • 입력 2022.10.2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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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남 거창군의 거창푸드종합센터 2호 직매장 내 진열대. 지역 중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로서 착실히 성장해 온 거창푸드종합센터가 거창군의회의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남 거창군의 거창푸드종합센터 2호 직매장 내 진열대. 지역 중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로서 착실히 성장해 온 거창푸드종합센터가 거창군의회의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남 거창군의 지역먹거리 선순환체계가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거창군의회가 삭감한 거창푸드종합센터(거창푸드) 운영예산은 올해도 온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지역 농민들의 참여하에 성장세를 보여온 거창푸드는 예산 삭감으로 올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거창푸드 운영을 위탁받았던 거창공유농업사회적협동조합(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6일 거창푸드 위탁사업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됐다.

지난해 12월, 거창군의회와 거창군은 각각 5,000만원·3,000만원씩, 도합 8,000만원의 거창푸드 운영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올해 초 거창푸드 조합원들을 비롯한 거창군민들은 예산 삭감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거창군 및 군의회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예산 삭감조치는 철회되지 않았고, 거창군의회와 거창군은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6월 지방선거 뒤 민선 8기 거창군의회가 새로 들어섰지만, 중소농 지향적 지역먹거리 체계 구축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않는 모습은 민선 7기나 8기나 다를 바 없었다. 지난 7월 4일, 거창푸드 측은 삭감된 예산 8,000만원에 대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거창군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8월 24일 거창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추경예산 8,000만원 중 5,000만원을 삭감, 3,000만원의 예산만 반영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당시 박수자 거창군의원은 “예산 삭감과 행정감사는 의원 고유업무”인데 이에 대해 주민들이 외부에서 문제 제기하면 “의원들이 무서워서 어떻게 예산 심의를 하겠나”라고 발언했다.

2020년 약 13억원을 기록했던 거창푸드 직매장 매출액이 지난해 약 23억원으로 늘어나고, 성장세에 발맞춰 직매장 2호점을 개설하는 등 착실히 발전해가던 거창푸드는 난데없는 예산 삭감으로 운영상 난항에 봉착했다. 삭감된 예산은 인건비·관리비 등으로 들어가는 고정비용이었기에, 예산 삭감은 거창푸드 운영 측면에서 치명적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퇴사를 선택했다. 그 선택엔 어려운 여건에서도 보람 갖고 해 온 일이 사실상 몰이해당하고, 나아가 폄하되는 상황에 대한 괴로움도 작용했다.

이에 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6일 3차 총회에서 거창푸드 위·수탁사업 중단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12월까지 거창푸드 운영을 지속할지, 11월 1일부로 운영을 중단할지를 놓고 논의한 결과는 ‘11월 1일부로 운영 중단’이었다. 현 상황에선 실무진의 고용불안과 적자운영을 감수하며 12월까지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게 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의 입장이다. 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은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할 중요한 먹거리 정책사업에 대해 지방의회에서 근거 없이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성장동력을 상실시키고 ‘운영중단’이라는 특단의 상황을 초래한 만큼, 이에 대해 거창군민에게 책임 있는 소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창군 측은 직매장 운영 건을 비롯한 거창푸드 위·수탁사업을 맡길 대상을 물색 중인데, 현재로선 지역 농협 또는 축협에 맡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거창푸드 다목적실에서 열린 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 조합원 간담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최외순 거창푸드 상임이사의 최근 상황 설명을 들은 뒤 “그동안 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이 거창푸드를 운영하며 지역 중소농가 판로 확보, 소외돼 온 토종작물의 활성화 등을 위해 노력해 온 점에 비춰 볼 때, 과연 농·축협이 그런 노력을 기울일지 의문”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조합원도 “지역 농·축협에 가보면 늘 지역 농민이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은 잘 안 보이는 공간에 진열되며, 여전히 수입농산물이 농·축협 하나로마트에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거창공유농업협동조합은 향후 로컬푸드(지역먹거리) 관련 위탁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거창 푸드플랜(지역 먹거리계획) 실행계획을 합리적으로 수립하는 것과 함께, 실효성 있고 현장 농민이 참여할 수 있는 먹거리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현장 의견이 제대로 취합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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