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시설철거와 경제협력

  • 입력 2022.10.23 18:00
  • 기자명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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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북쪽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남쪽 시설 중 하나인 ‘고성항 횟집’을 철거했다는 미국의 소리(VOA) 보도가 나왔다. VOA는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 사진을 분석한 결과 9월 중순경 고성항 횟집이 해체됐다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시설물의 철거 소식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북쪽의 노동신문에 따르면 2019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시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보도에 따르면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 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 횟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 출입사무소 등 남조선측에서 건설한 대상들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 일대를 돌아보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지난 2008년 7월 고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2010년경에는 북쪽에서 남쪽의 자산을 전면 몰수하거나 동결했다. 정부 자산에 대해서는 전면 몰수조치를 취했고, 민간 자산에 대해서는 동결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그 이후 올해 들어서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3월에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 철거됐고, 4월에는 골프장의 숙박시설이 해체됐다.

또 8월에는 금강산 문화회관, 온정각 동관과 서관, 구룡빌리지, 이산가족면회소 등에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문가들의 전언에 의하면 외금강 지역의 철거까지는 노후 시설물에 대한 철거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내금강의 경우에는 상징성이 있는 건물들이라서 금강산 사업의 완전한 중단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 18일에는 금강산 교역 기업 단체들이 사업청산 요구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사실상 건물이 철거되고 사업 재개의 가능성이 없는 가운데 금강산 기업들이 사업을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시설물의 경우 관광 중단 이후 14년이나 흘렀다는 점에서 건물의 노후화를 감안할 경우 그 철거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사업 진행과정에서의 철거와 중단 장기화 속의 철거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생각을 떠오르게 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금강산 시설물의 철거를 보자니 2016년 이후 폐쇄되고 군사통제지역으로 선포돼 사람들의 왕래가 차단된 채로 자산이 동결돼 있는 개성공단에 대한 걱정도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다.

이미 기업의 공장과 시설물은 사용 중단된 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남과 북의 관계개선 여지는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북쪽에서 개성공단 공장과 시설물에 대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며 철거를 기정사실화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모든 시설물은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이 ‘상징’들이 허물어지는 것은 단지 건물의 허물어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역사와 기억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연락사무소도, 금강산과 개성공단 시설물도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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