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문재인정부 마사회장 사퇴 압박 … 더민주 “찍어내기” 반발

2022 농해수위 국정감사 – 한국마사회
정기환 마사회장 사퇴 공방으로 채워져

  • 입력 2022.10.18 22:30
  • 수정 2022.10.18 23:1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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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7일 한국마사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한국마사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가운데)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보따리 싸실 생각 있습니까?” “없습니다”

지난 17일 한국마사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는 문재인정부 말기 임명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의 사퇴 여부를 두고 벌인 여야의 열띤 공방으로 채워졌다.

감사에 앞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한국마사회가 어려운 경영 여건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마 산업의 미래발전 가능성과 말산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라며 “이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비전 2037 등 말산업 선도기업이라는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말과 함께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인사했다. 더불어 온라인 마권발매 근거 마련을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법률안에 대해 긍정적 검토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사회에 대한 질의시간을 사실상 정 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데 썼다. 대표적으로 안병길 의원은 자신의 첫 순서가 돌아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보따리 싸실 생각, 사퇴하실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은 뒤 “마사회에 적폐 청산하러 왔는데(적폐청산위원장) 2년 하고 회장 9개월 하고도 아직 할 게 남았나. 정권 말기 전문성 없는 인사를 정치권이 알박기로 넣은 게 바로 적폐다. 회장님이 청산되면 적폐청산 끝나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공격했다.

여당에서는 ‘자질 부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근거를 댔다. 이양수 의원은 마사회 직원 최모씨가 자신이 연루된 비리 의혹을 ‘셀프 감사’하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정 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이 직원을 눈감아줬다며 상임감사는 물론 회장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정부 상임감사 직무수행평가를 첫해에는 C등급, 다음 해에는 D등급 받았는데, 감사의 윤리성이나 독립성 평가에서 낙제다. 공익신고자의 보호 노력도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고위직들이 마사회 직원을 통해 받은 승마교육도 ‘황제승마’라며 문제 삼았다. 이달곤 의원은 “감사로 계실 때부터 전문 승마코치를 이용해 승마교육을 받았다. 다른 분들을 보면 3~4개월 받고 그만 둔 경우도 있는데, 회장님은 13개월을 받았다”라며 “이는 부당행위 아닌가, 회장이 13개월 동안 매주 한두 차례 교육받는 것은 배임이다. 전문 승마인이 되려고 하셨나”라고 비꼬았다.

최춘식 의원은 정 회장이 회장직 지원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적힌 민주당 내 활동이력을 들며 그 자체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조선) 왕정시대 때도 출사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내 이념대로 안될 땐 홀연히 그 직을 내려놓고 낙향하는 것이 선비들이었다”라며 “만약 회장님 기조와 안 맞으면 낙향하실 생각이 있냐”라고 묻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도 질의를 활용해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사회 간부들이 오전 7시부터 승마교육을 받은 건 당연한 일이다. 승마를 알아야 마사회 운영할 거 아닌가. 업무 시간에 해야하는 걸 새벽에 한 건데도 질타하는 건 (사실상)나가라고 하는 것”라며 “임원 대상 교육에 따라 진행됐는데도 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전현희 인권위원장에게 그랬듯 찍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이원택 의원은 “공공기관장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세로 책임을 다해주셨으면 좋겠고, 법으로 보장된 임기 동안 나라를 위해 봉사해주시길 요청 드린다”라며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사이의) 임기일치법을 논의해서 정권교체기마다 이런 문제들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윤준병 의원도 “지금처럼 사퇴,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의지가 약해질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임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지금 평가로 보자면 (윤석열) 대통령은 긍정평가가 30%도 안 되는데 임기가 있으니 사퇴하라고 못하는 거 아닌가. 기관장들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임기 내 법에서 보장된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힘을 실었다.

정 회장은 농해수위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각종 지적에 대해 개선 의지를 밝히는 한편 “정해진 법률에 따라 최선을 다해 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 다른 쟁점, YTN 주식매각
‘온라인 마권’ 반대여론 해법 주문도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사회가 1998년부터 보유하고 있는 YTN 주식 400만주에 대해 처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는 여당은 앞서 11일 열린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정희용 의원은 “마사회 정관이나 사업목적에 방송사업이 없는데 정부 요청에 의해 보유하게 됐다. 정관상 사업이 아니면 정관을 개정해서 근거를 마련해두거나, 매각해서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라며 “공공기관에서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문제가 생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라고 말했다.

반면 위성곤 의원은 “도박을 공적 영역에서 다루는 마사회의 공공성이 중요한 만큼 주식 매각은 안된다”라며 “공공의 영역에 있는 언론이 사적 영역,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막으려면 반드시 공공기관이 대주주로 참여해야 하고 마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반론했다.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사안은 불법경마 근절과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이었다. 안호영 의원은 “불법 경마 규모 조사결과를 보면 2019년도에 6조 8,898억으로 추산된다. 이전에 비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마사회의 영업규모에 맞먹는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마사회가 신고를 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실제로 (불법사이트를) 폐쇄하는 데는 4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이라며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홍문표 의원은 정 회장의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 의지를 확인한 뒤 문재인정부 시절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대로 제도가 도입되지 못한 점을 ‘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경마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해 손실을 최소화했다. 마사회 회장이 되셨으니 소신껏 행동하시라”라고 주문했다. 김승남 의원도 불법도박 규모가 곧 조세손실임을 강조하며 “프랑스와 독일 등 경마선진국들은 온라인 경마를 일찍 시작했는데 불법 경마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온라인 마권발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돌파할 방안 역시 반복적으로 요구됐다. 윤준병 의원은 “온라인 마권발매를 하기 전에 사행성 감축 방안, 건전화 대책이 명확히 정립됐으면 좋겠다”라고 우려했다. 신정훈 의원도 “현재 불법 도박사이트가 증가하고, 도박환자 유병률도 굉장히 높은데 코로나19 이후 마사회는 지나치게 경영 성과에 집착하는 것 같다”라며 “국민의 건강한 레저활동을 위한다는 목적에 맞게 대리 발매를 통한 구매 상한 초과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문제 제기에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나’라는 김승남 의원의 질의에 정 회장은 “금융실명제, 실명기관을 통한 대면 가입 등을 통해 청소년의 가입은 원천적으로 불가하게 하고, ICT 기반으로 구매 한도를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과몰입 자가체크를 하게 한다든지 하려 한다”라며 “기술적 검증도 마친 상황으로 제도적으로 더 할 것은 없는지 농식품부와 협의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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