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산림청에선 아직 산림보전 역량도, 의지도 안 보인다

2022 국정감사 - 산림청·산림조합중앙회·한국임업진흥원·한국산림복지진흥원·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 입력 2022.10.17 09:36
  • 수정 2022.10.17 09:4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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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4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및 유관기관 대상 국정감사 중 남성현 산림청장(가운데)이 농해수위 위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신정훈 의원실 제공
지난 14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및 유관기관 대상 국정감사 중 남성현 산림청장(가운데)이 농해수위 위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신정훈 의원실 제공

기후위기 상황에서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을 보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중요한 만큼, 그 주무기관인 산림청(청장 남성현)의 역할 또한 강조된다.

그러나 지난 14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의 산림청·산림조합중앙회(회장 최창호)·한국임업진흥원(원장 이강오)·한국산림복지진흥원(원장 남태헌)·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류광수) 대상 국정감사에서 진단된 바론, 산림청 등 유관기관들은 산림보전 측면에서 불충분한 모습을 적잖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날 국감에선 어떤 지적들이 제기됐을까.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예산은 줄고 안전관리는 ‘엉망’
산림청은 이번 국감에서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 안으로 침투해 안쪽 수분의 흐름을 막아 소나무를 말라죽게 만드는 병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2014년 4월 13개 시·도 64개 시·군·구에서 발생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올해 10월 기준 15개 시·도 137개 시·군·구에서 발생했으며, 그중 42곳은 발생 정도가 ‘심각’ 수준이었음을 언급하며 8년 동안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범위가 늘어난 점을 언급했다. 특히 경북 지역에선 23개 시·군 중 21군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했다.

2014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약 218만4,000그루의 소나무가 피해를 입은 이래 2015년 467억5,100만원, 2017년 814억4,400만원으로 점차 예산을 늘렸으나, 그 이후 예산은 점차 감소해 올해 559억6,000만원까지 줄었다.

정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은 재해문제는 ‘지나치게’, ‘과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과하게 대응하려면 예방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미리 집행하며 방어해야 한다. 그동안 산림청에선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뒤 뒤따라가는 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확산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에서 과학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을 예측할 수 있는 기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과정에서 산림청이 보인 문제점들을 거론했다. 특히 올해 제주도에서 진행한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 시 인체에 해로운 약품을 살포(항공방제 대상지역 인근에 제주의료원 및 민간인 거주지역이 위치)한 점과 관련해, 윤미향 의원은 “지침상으로도 주민피해가 우려되는 주거생활지역 인근에선 항공살포가 금지돼 있건만, 유해성 논란이 제기된 약품이 1,000ha 면적에 지난 3년간 무차별 살포됐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냐는 윤미향 의원의 질문에 남성현 산림청장은 “한 번 조사해보겠다”고 답해, 사실상 명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윤미향 의원은 이어 경남 지역에서 받은 제보내용을 언급하며 훈증방제 과정의 관리부실 문제 또한 지적했다. 훈증방제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또는 감염우려목을 벌채한 뒤 재선충 등의 해충을 죽이는 효과가 인정된 농약을 넣고서 방수포로 밀봉하는 방제 방식이다.

윤미향 의원은 “(감염됐거나 감염 우려가 있는 나무를 담은) 방수포가 지퍼가 열린 채로 곳곳에 방치돼 있거나 방수포에 구멍이 난 사례, 훈증작업 없이 잔목이 방치된 사례 등을 제보받았다.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효과가 없다”고 한 뒤 “이런 훈증 방수포가 숲길, 등산로 근처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것도 문제다. 훈증에 사용되는 약품들은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인데, 이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어떻게 산을 마음놓고 다닐 수 있겠나. 이런 상황에선 시민 안전도, 고독성 약품을 사용하는 산림노동자의 안전도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남 청장은 이에 대해서도 “실태조사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을 내놨을 뿐이었다.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 허가로 인한 산림 훼손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정부 당시 산림청이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백두대간 보호지역’인 강원도 태백시 일대에 풍력발전시설 11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산지사용을 허가함으로 인해, 1,176평 규모의 풍력발전시설 설치 과정에서 1,784그루의 나무가 벌목됐음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렇게 세워진 백두대간 보호지역 내 풍력발전시설은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산림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조직들은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라며 “백두대간 능선이 단절된 셈으로 향후 산림 훼손, 산사태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 더 이상 잘못된 정책으로 산림이 훼손돼선 안 된다. 전국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의 이용 실태와 안전성 등에 대한 전수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또한 “문재인정부 5년간 산지 태양광 설치 목적으로 잘려나간 나무가 약 265만 그루이며, 여의도 면적의 18배인 5,184ha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며 “2018년 11월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산지 태양광 허가 기준이 ‘25° 이하’에서 ‘15° 이하’의 경사도로 완화됐는데, 현재 산지 태양광의 경사도가 확인되는 3,684건의 허가 건수 중 15°를 초과한 건수가 884건으로, 총 허가 건수의 24%가 기준을 위반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지난 8월 9일 강원도 횡성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70대 주민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또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시 말뚝 기초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태양광 건설 과정의 안전성 점검 미비로 벌어진 사건”이라며 “전국 산지 태양광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프장으로 변하는 산지는 늘어나고, 국유림 확대는 ‘거북이걸음’

지난 14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및 유관기관 대상 국정감사. 신정훈 의원실 제공
지난 14일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및 유관기관 대상 국정감사. 신정훈 의원실 제공

산림청의 산림보전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골프장 건립을 위한 산지전용 허가 면적이 2018년 87ha에서 지난해 252ha로 2.9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기간에 ‘보전산지’의 골프장 건설 목적 전용 허가면적은 4.1배 늘어났다.

신 의원은 “산림이 다른 용도로 쓰임에 따라 감소되는 산림자원을 대체 조성하기 위해 전용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미납금은 최근 4년간 총 1,602억원이었다”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소중한 산림이 골프장 건설 용도로 훼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산지전용 허가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유림 보전정책 강화를 산림청에 주문했다. 어 의원은 “우리나라 국유림 비율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에 못 미친다. 국유림 비율을 높이기 위해 2009~2018년 제1차 국유림 확대계획을 세웠지만 목표달성률은 48.6%(국유림 취득계획 면적 23만3,000ha 대비 실제 취득면적 11만3,404ha)로 절반에 미달했다. 2019년부터 추진 중인 제2차 국유림 확대계획 또한 현재 달성률이 50.9%(국유림 취득계획 면적 3만9,165ha 대비 실제 취득면적 1만9,948ha)에 그친다”며 “국유림 확대가 미진한 상황에서 골프장·택지 등 타 용도로 전용된 산림이 늘어나고 있다. 국유림 확보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목일 변경 논쟁
한편 이날 국감에선 식목일 날짜(현행 4월 5일) 변경과 관련해 남 청장과 일부 의원 간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 청장에게 식목일 조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남 청장은 “오래전부터 찬반양론이 있는데, 제 개인적 의견은 4월 5일이 여러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는 날짜로서 지정된 날이다 보니, 날짜 변경은 상당히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윤준병 의원은 “최근 4월이 아닌 3월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된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적정 온도가 6.5℃ 내외라는데,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6.5℃를 훨씬 넘는 기온을 보이는 4월에 나무를 심으면 되겠나?”라며 “산림청에서 최근 진행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0%가 식목일 변경을 찬성했다. 식목일 변경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병길 의원은 남 청장이 식목일의 역사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조선 성종이 궁궐 밖에 나가 밭을 갈았던 걸 기념해 4월 5일을 식목일로 삼은 걸 근거로 역사성을 이야기하나 본데, 그걸 지금 시대에 강조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전국 지자체에서 기후변화로 2월달에 나무를 심는다. 시대 변화에 따라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산림청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일해야지, 역사성만 갖고 일하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대부분의 지적에 “실태조사하겠다”, “잘 살피겠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며 수그렸던 남 청장이지만, 이 건만큼은 “국민의식조사의 경우 할 때마다 찬반 비율이 달라졌다. 식목일 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다. 나무 심는 기간의 경우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4월 5일이라는 식목일 날짜 변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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