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뻔히 보이는 하락의 길로

‘금배추’ 여론 한 달도 안돼

예정된 가격하락 본격 시작

정부 정책도 여론에 휩쓸려

  • 입력 2022.10.0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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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춧값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고랭지배추 작황 붕괴로 인한 반짝 가격상승에 어김없이 여론의 호들갑이 이어졌지만, 생육 주기와 작기 전환이 빠른 배추의 특성상 농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던, ‘예정된 하락’이다.

배추 10kg 도매가격이 2만원대로 뛰어오른 건 지난달 1일부터다. 넓게 보면 8월 중순부터 1만원대 중후반에 오르며 정상 범주를 벗어났지만, 폭등 기간은 기껏해야 한 달 남짓이었다. 지난달 27일 1만원대로 복귀한 배춧값은 월말까지 매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3~4일 우천으로 인한 작업 중단으로 출하량이 급감, 도매가격이 잠깐 치솟기도 했지만 5일부터는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6일엔 중단됐던 출하 물량이 몰리면서 1만2,647원으로 급락했다.
 

한 달여 고공행진하던 배춧값이 예정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폭락 우려가 강하게 드리운 상황이지만 농식품부의 관심은 여전히 ‘물가 안정’에만 집중돼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배추 경매 모습. 한승호 기자
한 달여 고공행진하던 배춧값이 예정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폭락 우려가 강하게 드리운 상황이지만 농식품부의 관심은 여전히 ‘물가 안정’에만 집중돼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배추 경매 모습. 한승호 기자

문제는 하락장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이다. 작황이 무너진 고랭지배추 출하와 단경기가 끝나고 바야흐로 강원 평창·횡성·영월의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본격 출하 중이다. 뒤이어 충북 단양·제천·괴산, 경북 봉화·영양 등지에 이어 호남권의 배추까지 대기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여름배추 가격상승으로 인해 준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이 전년대비 8%,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2% 늘었고, 기상호조로 단수 또한 양호하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여름배추 가격이 높아 고창 대산·무장면 등 배추를 많이 심지 않던 지역에도 배추가 빽빽하고 심지어 작황까지 좋다. 주산지인 해남 작황은 특히 더 좋은 것 같다”며 “10월 둘째주에 1만2,000~1만3,000원, 20일을 지나면 8,000원대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급격한 가격하락세는 가격안정을 넘어 폭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김장철 이후부터 극심한 폭락이 이어지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며, 당장 이달 하순부터 도매가격 5,000원선도 위험하다고 보는 현장 전문가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급격한 출하량 증가와 가격하락을 전망하면서도 ‘금배추’ 국면에서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금까지 수급정책을 ‘부족물량 공급’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달 하순 발표할 김장철 수급안정 대책 또한 ‘소비자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폭등 당시 작황 붕괴로 피해를 입고, 다가올 폭락에 또 피해를 입게 될 농민들에 대해 관심과 고민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등장하고 있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장은 “농식품부 수급안정사업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하나마나한 일이 되고 있다. 농협 계약재배를 늘려 충분한 물량을 갖고 있으면서 유사시 정부가 손실보전을 하면 폭락은 물론 폭등도 완화할 수 있다”며 “반복되는 채솟값 폭락·폭등은 결국 농식품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안 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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