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농업기계화 위한 ‘특별한 방안’ 등장

  • 입력 2022.10.09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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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지난달 26일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새로 만든 농기계 5,500대가 한꺼번에 보급됐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번에 대량 보급된 “신형 고능률 농기계는 군수공업부문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수공장이 무기 대신 농기계 생산에 팔을 걷어붙인 형국이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은 지난 2016년 ‘당 7차 대회’에서 농업기계화 촉진 방침을 밝힌 이후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그동안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특별한 방안을 강구”토록 다그쳤다. 결국 이 특별한 방안은 군수공업부문의 전격적인 지원을 통해 마련된 셈이다. 해주에서 열린 이번 농기계 전달 행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의 매체는 지난달 25일 해주광장에서 열린 농기계전달행사를 일컬어 ‘농기계 열병식’이라고도 했다. 농기계를 줄지어 세워 전시한 부지면적만 축구경기장 8개 면적인  6만여㎡에 달했으며, 한 줄로 세운다면 무려 50리, 화물차에 싣는다면 3,000여대에 달하는 물량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소개한 ‘이동식 벼종합탈곡기’는 소형 트랙터로도 이동시킬 수 있어 탈곡에 동원되는 노력과 연료를 절약할 수 있으며, 낟알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정선율은 98~99%이며, 밀 보리와 채소종자도 탈곡, 정선할 수 있다고 한다. ‘소형 벼수확기’는 벼와 밀, 보리를 베어 눕히는 농기계다. 구조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다루기 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 ‘이동식 강냉이종합탈곡기’는 종전과 달리 비빔식으로 탈곡하기 때문에 젖은 옥수수까지 쉽게 탈곡할 수 있으며, 정선율이 98%에 달하면서 옥수수 알이 깨지지 않아 낟알의 허실이 적다고 한다. ‘종합토양관리기계’는 기존 ‘천리마’ 트랙터에 부착해서 이용할 수 있는 농기계로, 20~30cm 정도로 땅을 갈면서 ‘갈이작업’과 ‘써레작업’, ‘이랑짓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모두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농기계들이다. 주요 성능이나 편의성 역시 우리가 경험했던 기종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들 농기계는 그동안 북녘에서 볼 수 없었던 신형 모델이다. 그들이 두벌농사를 확대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농기계들이다.

북은 지난해부터 군수공업부문의 기술과 생산토대를 민수부문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농업부문은 먹는 문제와 새로운 농촌 건설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 우선 지원 대상이 됐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업기계화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해주에서 생산, 지원한 것은 제일 큰 농업도이며 기본 곡창지대인 황해남도를 중시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북은 농업기계화를 촉진하는 과정을 통해 밀·보리 등 두벌농사(이모작) 면적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벼와 밀·보리 중심의 두벌농사는 북녘에서 식량을 증산하는데 필수조건이며, 그들의 식생활까지 크게 개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앞서 지난달 21일 “알곡 생산구조를 바꾸는 것은 어렵고도 거창한 혁명 투쟁”이라며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녘은 지금 그들의 말처럼 두벌농사 경험이 적고, 이에 적당한 품종이 부족하며, 농기계도 부족한 실정이다. 두벌농사의 기반이 여러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진단이다. 군수공업부문에서 농기계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이를 적극 개선하려는 방책의 하나로 풀이된다. 그들의 새로운 방식을 응원하면서 남북 간의 농기계협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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