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멀어지는 남북관계 … 돌파구 없어

  • 입력 2022.09.04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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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새 정부가 대북정책기조를 담아 광복절에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은 처음부터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사실상 더이상 우리 정부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가깝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엇나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22일부터 ‘을지프리덤실드’이라 불리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됐다. 그동안 한미군사훈련은 매번 남북관계를 경색시켜온 빌미가 됐다. 이번에도 북은 “합동군사연습들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참을 수 없는 도발”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어 “동북아시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중국의 논평까지 인용하며 이번 훈련을 강하게 규탄했다. 30일에는 노동적위군 지휘관회의까지 열어 맞불을 놓았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31일에는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외교부와 통일부를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달 27일 우리나라에 도착한 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납북자가족모임 등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만나왔다.

앞서 새 정부는 지난 7월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를 선임했다. 신임 대사는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어 여당은 북한 인권법 이행의 핵심기구격인 ‘북한인권재단’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조용한 접근’ 대신 ‘적극적 개입’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형국이다.

북이 크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북의 반발을 초래하는 조치들이 크게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대북 관련 일련의 조치는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느낌이다. 통일부가 강조했던 ‘실효적 진전’이나 ‘실질적 성과’, ‘유연한 상호주의’는 시작부터 사라져 버렸다. 남북관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정책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악재가 될 성싶은 것은 한꺼번에 털고 가야 한다는 발상을 못 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담대한 구상’ 발표 전후로 대북정책을 제대로 조율하지 않았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담대한 구상’과 ‘한미연합훈련 확대’, ‘북한인권문제’ 등을 같은 시기, 같은 방식, 같은 비중으로 쏟아낸 격이다. 외교적 세련미도 없고, 전략적이지도 않았다.

한편 통일부는 2023년도 예산안으로 일반회계와 남북협력기금을 더해 1조4,520억원을 책정했다. 전년도보다 3% 정도 줄어든 규모다. 협력기금에 반영된 식량지원 항목은 753억원, 비료지원 항목은 1,944억원 규모다. 이는 식량 10만톤과 비료 14만톤을 감안한 것이다. 식량·비료 지원이 들어 있는 ‘구호지원’ 예산은 10% 감소했고,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보건의료협력 등이 포함된 ‘민생협력지원’ 예산은 22% 증액됐다. 통일부는 “대북지원과 개발협력을 위한 민생협력지원 관련 예산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은 밝지 못하다. 통일부는 ‘담대한 구상’을 정책화하면서 북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렇지만 새 정부의 대북구상이 조율되지 않는 한 통일부는 한걸음도 나가기 어렵다.

당분간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대결국면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도리어 현실적인 정책일 수 있겠다. 답답한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한편에서는 북미관계와 종전협정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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