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자재 원료의 ‘선순환’

김포 농민들, 관내 식품기업·농업기술센터와 협업으로 농자재 원료 선순환 노력

  • 입력 2022.08.2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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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김포 주민들의 ‘친환경농자재 원료 선순환’ 노력이 눈길을 끈다. 김포의 한 친환경농민이 관내 식품기업 쎌바이오텍 등으로부터 받은 미생물 발효액을 트랙터로 밭에 살포하고 있다. 김포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경기도 김포 주민들의 ‘친환경농자재 원료 선순환’ 노력이 눈길을 끈다. 김포의 한 친환경농민이 관내 식품기업 쎌바이오텍 등으로부터 받은 미생물 발효액을 트랙터로 밭에 살포하고 있다. 김포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경기도 김포시 주민들이 지역 내 식품기업들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이 친환경농자재 원료로 활용되도록 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에 나서 눈길을 끈다.

김포시의 친환경 밭작물 재배농민들은 친환경농자재 가격상승, 일손 부족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군의 김포 친환경농민들은 관내 식품기업 및 김포시농업기술센터 내 일부 연구사들과 정기적으로 모이며 친환경 영농기술, 대안적 농자재 원료 수급 관련 논의를 계속했다.

주목할 점은 김포시 관내에 ㈜쎌바이오텍·문배주양조원·㈜삼진코리아 등의 식품·주류 업체들이 존재하며, 이곳들이 농민들과의 협업하에 식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농자재 원료로 제공해왔다는 점이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 식품 ‘듀오락’으로 유명한 기업으로, 이곳에선 매일 8톤 가량의 유산균 발효액 여액(濾液, 유산균을 걸러내고 남은 액체)이 발생한다. 예전 같으면 그냥 폐기됐을지도 모를 발효액이지만, 이제는 농민들이 쎌바이오텍으로부터 발효액을 받아 밭 또는 농작물에 뿌리거나, 깻묵·주정박 등과 섞어 미생물 발효비료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특히 발효비료의 경우 농민뿐 아니라 김포 관내 도시농부들에게도 공급된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 4월 김포 장기동의 김포도시농부학교 행복텃밭에서 경작하는 도시민들에게 시 농업기술센터·쎌바이오텍·김포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이정수, 김포친농연)가 함께 시범적으로 만든 미생물 비료를 보급한 바 있다.

김민철 쎌바이오텍 기획관리팀장은 “쎌바이오텍 차원에서도 지난해 400여평의 나대지에 배추 1,700포기를 심어본 바 있다. 유산균 발효액을 활용해 배추를 심으면 어찌 되는지 살피려는 목적이었다”며 “지난해 8월 중순 폭우로 김포 각지의 배추들이 뿌리가 다 썩어 죽는 상황이 빈번했는데, 발효액을 활용해 심은 배추들은 멀쩡했다. 발효액을 통해 식물 자체 면역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농가들에 발효액을 공급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신소희 김포친농연 정책총괄이사는 “1년 내내 온갖 실험을 진행했다. 발효액을 실제로 땅이나 농작물에 부어보고, 언제 쓰는 게 좋은지 분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올해 가을에 ‘비효비해 실험(농자재 사용 과정의 효과·피해를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등 미생물 비료의 구체적 효과에 대한 실험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나, 일단 이 비료를 사용한 농민들로부터 ‘예전보다 농작물 잎사귀가 더 두툼해졌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이사는 특히 쎌바이오텍으로부터 받은 유산균 발효액 여액을 농토에 뿌려가며 실험한 과정에서 거둔 제초 관련 성과를 설명했다. 신 이사는 “유산균 여액, 농업기술센터에서 자가배양법을 배운 뒤 배양한 바실러스균 등을 활용해 마늘밭·감자밭 등의 토양소독을 한 결과, 잡초 발생량이 현저히 줄었다”며 “기존엔 10명의 인력이 3회에 걸쳐 제초작업을 해야 했지만, 미생물 등을 활용한 토양소독 뒤 5~6명의 인력이 2회 제초작업하면 되는 수준으로 인력부담이 줄었다”고 증언했다.

미생물 비료 보급과 관련해, 김포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미생물 비료 제조 및 농민들이 미생물 비료를 편하게 뿌리는 방법(고압 분무기로 하루종일 밭에 비료를 뿌려야 했던 기존 방식 대신, 트랙터에 분무기를 달아 스위치로 눌러서 비료를 뿌리는 방식)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김포친농연과 협업했다.

한편 김포 관내 양조업체인 문배주양조원의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주정박, 그리고 유지 제조업체 ㈜삼진코리아의 깻묵 또한 미생물 비료 원료로 활용된다. 눈여겨볼 점은, 김포의 친환경 수수 재배농가 6곳이 생산한 수수를 문배주양조원에 납품하는 계약생산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문배주양조원이 지역산 수수를 받아 양조에 활용하고, 문배주양조원에서 발생한 부산물이 수수 재배농민을 비롯한 관내 농민들의 농사과정에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 셈이다.

이처럼 김포시에선 농민조직과 농업기술센터, 식품기업 간 공조하에 ‘친환경농자재 원료 선순환체계’가 더디지만 착실히 성과를 거두며 발전 중이다. 신 이사는 “최근 환경친화형·탄소중립 농업이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김포 주민들의 자원순환형 농업체계 구축 사례가 환경친화형 농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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