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쌀값은 농민값’

  • 입력 2022.08.21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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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3차례에 걸친 최저가입찰 시장격리로 쌀값은 더 폭락했다. 윤석열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쌀값 폭락을 방조하고 인건비·기름값 등 생산비 폭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을 더욱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정부에 기댈 곳이 없는 농민들은 지난 17일 국회로 와 호소했다.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하라!”, “자동시장격리제 법적으로 보장하라!” 일군의 농민들이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 섰다. 목청껏 외쳤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몰려들어 기자회견을 막았다. 마이크 소리가 울리는 앰프를 빼앗으려, 또 빼앗기지 않으려 국회 직원들과 농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일었다. 농민들은 몸으로 바리케이트를 쳤고 악다구니를 쏟았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불법이면 잡아가.” 그 외침은 비수와 같았다.

농민들은 ‘생산비 폭등·쌀값 대책 촉구 및 윤석열 농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말의 기대를 갖고 방문한 국회였지만 현수막을 펼치는 것부터 쉬이 허락되지 않았다. 농민들과 국회 직원들이 옥신각신하며 몸싸움을 벌여도 여야 299명의 국회의원 중 단 한 명도 이 자리를 찾지 않았다.

홀대도 이런 홀대가 없었다. 자조 섞인 말로 ‘농민은 등외 국민’이라 했지만 이날 농민들이 받은 대접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분노와 허탈이 뒤섞인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4년 전인 2018년에도, 농민들은 ‘쌀값은 농민값’이라며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외쳤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닐을 덮고 새우잠을 자고, 한겨울 추위에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릴레이 천막농성을 벌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지금은 없어진, ‘쌀 목표가격’ 24만원(80kg) 쟁취가 당시 농민들의 절절한 요구였고 호소였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출한 핵심과제 첫 번째는 ‘하반기 농식품 물가 안정’이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소비자 물가 부담 경감을 위해 농민을, 쌀값을 희생시키는 꼴이다. 주무부처가 이럴진대, 더 말해 무엇하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그 누구 멱살이라도 잡고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소리쳐야 아는 척이라도 할까. 이날 충남에서 상경한 농민은 회견을 막으려는 국회 직원에게 되레 멱살을 잡혔다. 원통하고 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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