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대북전단과 트리거

  • 입력 2022.08.21 18:00
  • 기자명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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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북쪽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발표대로라면 7월 29일부터는 유열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마지막 완쾌자가 보고된 때로부터도 7일이 지나 비상방역투쟁의 목표가 달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5월 12일부터 가동시켰던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이날부터 ‘긴장 강화된 정상방역체계’로 방역등급을 낮추겠다고 했다.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어진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쪽에서 유입된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보복성 대응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쪽이 코로나19 유입의 원인으로 대북전단을 지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쪽 조선중앙통신은 7월 1일 코로나19의 유입 경로와 관련해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4월 중순경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에서 수도로 올라오던 여러명의 인원들 중에서 발열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조사위원회는 유열자들에게서 나타난 임상적 특징과 역학고리, 항체검사 결과에 따라 금강군 이포리 지역에 처음으로 악성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것과 그 원인을 과학적·최종적으로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북쪽의 발표대로라면 우리 쪽에서 보낸 전단을 통해 코로나19가 발병됐다는 것인데 우려되는 것은 전단을 ‘생화학무기’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매우 심각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5월 2일 김여정 부부장은 대북전단과 관련해 현재 북쪽 주민들 대부분이 낮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외부 물품 유입에 대단히 민감하고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가 대북전단을 날린다면 사실상 생화학 무기가 돼 주민들의 생명과 체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보면 지난 10일 김여정 부부장의 언급은 지난해 5월 2일 밝힌 우려가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고 이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인 것이다.

우리는 과거 2014년 10월 10일 우리 민간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발을 쏴 일부 탄두가 우리 측 지역에 떨어진 전례가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과거의 사례와 최근의 발표를 보면 결국 ‘대북전단’이 남북 군사적 충돌의 트리거가 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공교롭게도 8월 22일부터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고 야외 실기동훈련까지 전개될 예정이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쪽이 해마다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훈련에 대해 북쪽의 강경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 보다는 ‘생화학무기’로 간주된 ‘대북전단’을 이유로 한 대남 조치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 나아가 9.19 군사합의 파기까지 이어진다면 한반도가 화약고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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