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양파 수입량, 통계 믿을 수 있나

부산세관서 수입마늘 계근해보니 … 10% 초과 선적 ‘충격’

통관되는 물량 99% 이상 계근 누락 … 예산·인력 부족 탓

전체 수입량 10% 가산하면 … ‘단양군 생산량 2배 이상’ 밀수입

  • 입력 2022.08.19 14:20
  • 수정 2022.08.19 14: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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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 수입업자가 중국산 마늘을 세관에 신고한 물량보다 10% 얹어 들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위반 물량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수입마늘 통관 및 국산마늘 수급정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산세관은 이달 초 ‘24톤’으로 수입 신고된 중국산 마늘(종자용)을 계근해 실제 물량이 약 2.5톤(10%) 초과됐음을 확인했다. 20kg 규격망에 일제히 22kg씩을 채워담는 수법이었다. 24톤은 컨테이너 한 대분이며 초과물량 2.5톤의 값어치는 망당 시세를 10만원으로 잡으면 1,250만원에 달한다.

세관에 따르면 이 수입업자는 “지난해 마늘을 구입한 농민들이 온도변화 등에 의한 감모를 지적하자 올해 중국 현지에서 이를 감안해 넉넉히 포장했고, 본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들여왔다”고 항변하고 있다. 감모를 감안한 초과포장도, 취급 당사자가 이를 몰랐다는 것도 모두 유통현장의 일반적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부산세관은 현재 이 마늘의 통관을 보류한 채 위법의 고의성을 파악하고 있다.

생산자단체에선 이미 고의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적발은 빙산의 일각이며, 상당수의 수입업자들이 만성적으로 수입량을 속이고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는 “2019년 전국마늘·양파생산자협회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수입 마늘·양파 축소신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에 확인된 건만이 아니라 이미 관행화돼 있을 것으로 보며, 몰랐다느니 이번만 그랬다느니 하는 수입업자의 변명은 적발되고 나서 이리저리 말을 만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중국산 마늘 수입 축소신고 사건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수요자가 ‘농민’인 씨마늘이기 때문이다. 수입 씨마늘은 그 자체로도 국내 마늘산업을 갉아먹지만, 이같은 축소신고가 이뤄질 경우 피해는 배가된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립종자원장, 영천시 부시장, 농협 조합장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수입 씨마늘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북 영천 마늘농가들. 마늘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이번 중국산 마늘 수입 축소신고 사건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수요자가 ‘농민’인 씨마늘이기 때문이다. 수입 씨마늘은 그 자체로도 국내 마늘산업을 갉아먹지만, 이같은 축소신고가 이뤄질 경우 피해는 배가된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립종자원장, 영천시 부시장, 농협 조합장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수입 씨마늘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북 영천 마늘농가들. 마늘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세관의 계근 업무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면 이같은 생산자단체의 의심은 금방 해소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본지가 2020년 11월에 보도한 바, 우리 세관은 농산물 수입 과정에서 거의 계근을 하지 않고 민간 선박회사의 계근서류(수출국에서 선적할 때의 계근서류)를 그대로 신뢰한다. 원인은 예산·인력 부족. 관세청 담당자들의 말을 빌면 실제로 계근하는 물량은 “계근을 한다고 하기가 민망한 수준”, “전체 물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산세관의 이번 계근조사는 모종의 정보를 입수해 진행한 이례적인 활동이었다.

즉, 핵심은 이렇다. 첫째, 국내 마늘 생산·유통 현장에선 끊임없이 수입마늘 축소신고 의혹이 등장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통관시스템은 이 부분에 취약점을 안고 있어 의혹의 내용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다. 셋째,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실제 축소신고 사례가 확인돼버린 것이다. 결코 생산자단체의 허무맹랑한 트집잡기가 아니라, 정부와 업계가 공유해야 할 ‘합리적 우려’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극단적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마늘이 10%씩 축소신고됐다 가정하면 연간 4,868톤이 밀수입되고 있는 꼴이며 이는 올해 충북 단양군 마늘 생산량(2,238톤)의 두 배를 상회하는 양이다. 수급정책의 기초자료 중 하나인 수입량이 왜곡됐다면 아무리 좋은 수급정책을 내 봐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극단적인 상황까진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마늘 외 다른 농산물 품목은 어떤지 점검·감독이 필요하지만 역시 지금의 한정된 예산·인력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산자·농협 연대단체인 한국마늘연합회는 일단 농림축산식품부·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공문을 발송, 수입마늘 관리 강화 방안 수립을 요청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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