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단가, 통 크게 올리자

  • 입력 2022.08.12 12: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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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018년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을 이용 중인 학생들.
지난 2018년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을 이용 중인 학생들.

경기도 안양시 삼성초등학교의 정명옥 영양교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양교육위원장)는 오는 2학기 학교급식 식단을 짜는 데 고심이 크다. 전반적인 물가상승 국면에서 식자재 가격들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튀김 조리에 필요한 식용유(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 900ml 기준)의 경우 6개월 전 가격 4,250원과 비교해 10.1% 올라 8월 현재 4,680원을 기록 중이다. 그러다 보니 튀김 조리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엽채류의 경우 이번 달 말 학교 공급단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기후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 및 생산비 증가 등으로 엽채류 단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그 과정에서 학생 1인당 엽채류 제공량을 줄여야 할 가능성(예컨대 기존에 엽채류 30g을 제공하던 걸 15g으로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 교사의 큰 고민거리다.

정 교사는 이와 함께 “소·돼지고기 등 육류 전반과 생선도 가격이 오른 추세다. 절대가격이 높은 소고기를 돼지고기로 대체하고,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닭고기 또는 생선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는데, 계속 물가가 상승하면 이러한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전교조)은 고물가로 학교급식 식자재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며, 교육부에 오는 2학기를 앞두고 무상급식비 지원확대 등 급식단가 인상 관련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급식 식자재 가격에 따르면, 상추는 4kg 한 상자 가격이 평균 8만5,299원으로 지난해 1만4,650원 대비 5.8배 올랐다. 또한 전년 대비 감자는 61%, 배추는 59%, 애호박은 220% 가격이 상승했다.

일반농산물 대비 가격이 높은 친환경농산물의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 애로사항도 꽃피었다. 서울 남부 한 초등학교의 K 영양교사는 “물가상승 국면에서 최대한 한정된 예산에 맞춰 급식을 운영하려다 보니, 가격 상승폭이 높은 품목은 사용을 지양해야 했다”며 “예컨대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부득불 일부 품목은 일반농산물로 조정해야 했다. 엽채류는 그대로 친환경농산물을 썼으나, 깐양파·깐마늘 등 전처리 채소 일부 물량은 일반농산물을 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급식비 단가가 각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상황도 문제로 거론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 및 각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1학기 시·도별 초·중·고 무상급식 식품비 단가 현황’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초·중·고교 식품비 평균단가는 2,969원이다. 식품비 단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도(3,760원), 서울(3,741원), 경기도(3,480원)였으며, 가장 낮은 지역은 전라남도(2,204원), 광주(2,401원), 경상북도(2,474원)였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9개 지역은 평균단가보다 낮은 단가를 기록했다. 안 의원은 “급식 격차 해소를 위해 적정한 기준 단가와 함께 지역마다 특성을 반영한 급식단가를 책정하고 상향 평준화시켜야 한다”고 한 뒤 “급식단가 인상과 함께 인력 지원, 급식노동자 근무환경 개선, 급식시설 개선 등에 함께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지자체들도 학교급식 비상상황을 방치하진 않겠다는 입장하에 급식단가 인상 조치에 줄줄이 나서고 있다. 예컨대 부산광역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급식단가를 5% 인상(부산시교육청 41억원, 부산시 17억원씩 총 58억원 추가경정예산 편성)한다고 밝혔으며,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지난 10일 급식단가를 7.4% 인상(광주시교육청 14억원, 광주시 14억원씩 총 28억원 추경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6일 도내 초·중·고등학교 급식단가를 24% 상향하기로 했는데, 비율상으론 타 광역지자체의 단가인상 수준을 압도한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올해 46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0일 461억원의 추경예산(경기도교육청 252억원, 경기도청 63억원, 기초지자체 146억원)을 편성해 급식단가를 7%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예산 반영 시 초등학교는 1인당 급식단가가 211원 올라 3,033원, 중학교는 257원 올라 3,766원, 고등학교는 275원 올라 3,955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명옥 교사는 “원래 전교조에선 ‘10% 인상안’을 주장했으나 결국 7%로 결정됐다. 7%면 현상유지 수준으로, 1학기 때 급식 수준 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며 “경기도와 제주도 간 학생 수의 절대적 차이 때문에 직접 비교는 애매하나, 제주도에서 급식단가를 1학기 대비 24% 인상한다고 결정한 건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급식의 근본적인 양과 질 담보, 친환경 무상급식 강화 등을 위해 지자체, 나아가 중앙정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급식단가 전국 평균 9% 인상, 일단은 고무적이나…

정부도 현장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한 건 아닌지, 전국적인 급식 단가인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 직후 정부가 발표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식품물가 상승 여건 속에서 급식 질 유지를 위해 오는 2학기 초·중·고교 급식단가를 1학기 대비 전국 평균 약 9% 인상하기로 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간 협의를 통해 2학기 급식비를 인상하고, 교육청과 지자체 협의하에 추경 등으로 소요예산을 분담하기로 했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전국적인 급식단가 상향평준화 주장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라 일단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말 그대로 ‘민생안정대책’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 상시적으로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또한 학교급식법 상 학교급식 관련 업무는 여전히 ‘지방 위임사무’로, 교육부 등 중앙정부의 역할도 국가 차원의 예산 편성 단계론 못 나아가고 ‘지자체와의 추경 협의’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학교급식의 안정적 운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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