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올해 첫 포럼 개최

‘농민권리와 CPTPP’ 주제로 토론 … 포럼 성과·과제 점검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 포럼 제2기 대표 선출

  • 입력 2022.07.24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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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2022년 1차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2022년 1차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대표 윤병선 건국대 교수)은 올해 첫 포럼을 열고 ‘농민권리와 CPTPP’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어진 총회에서는 포럼 조직 체계 개편을 논의하고 새로 포럼을 이끌어갈 제2기 임원을 선출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2022년 1차 포럼’에서는 윤병선 포럼 대표를 좌장으로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정책위원장,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박웅두 전남 곡성 농민,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이뤄졌다.

지난 2019년 6월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이 출범한 이후 네 번째로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하원오 전농 의장, 양옥희 전여농 회장, 서봉석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 박경철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윤병선 포럼 대표는 인사말에서 “지난 2019년 6월에 포럼 창립총회를 가진 이후 여러 토론회 등을 진행하긴 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만큼 의견을 모아내고 사회적으로 농민권리선언을 확산시키는 데 있어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외부 단체와 연계를 통해 다양한 포럼도 진행하고, 현안 관련된 내용을 함께 고민했다”고 평가했다.

이근혁 전농 정책위원장은 ‘농민권리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서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이근혁 정책위원장은 “물가가 상승하면서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업은 생산비 폭등으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비료값뿐만 아니라 농약과 필름값 등 시설자재 비용, 제초제값, 유류비 모두 올랐다”며 “농민들은 품목을 바꾸거나 면적을 줄이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벌써 올가을과 내년 농사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늘과 양파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오르니까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현장 농민들은 소득보전조차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많이 생산되면 제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가격을 떨어뜨리고, 적게 생산되면 농산물을 수입해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며 “생산자인 농민들은 싸게 파는데 소비자들은 비싸게 사고 있다면 그 돈은 누구에게 가고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농민들이 출하한 농산물의 수수료로 이익을 창출하는 가락시장 5개 도매법인이 벌어들인 돈은 총 265억5,100만원에 달한다”며 “문제는 이들의 독점이익이 농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건설·제조업 등 대기업 주주에게 현금배당되고 있다. 결국 돈이 자본에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근혁 정책위원장은 또 CPTPP의 주요내용과 협정에 가입할 시 예상되는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FTA이다. 그는 “CPTPP에 가입하면 FTA에 따른 농산물 관세철폐율(79.1%)보다 농산물 관세철폐율이 높아지고 시장 개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식량주권과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농민기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민기본법이 유엔농민권리선언의 철학을 바탕으로 농민의 권리 기준 등 한국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2022년 1차 포럼’에서 윤병선 포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2022년 1차 포럼’에서 윤병선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오순이 전여농 정책위원장은 자유무역 확대가 여성농민 권리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오순이 정책위원장은 “개방농정을 전제로 30년간 대한민국 농업은 규모화, 고투입 방식의 농업을 지향하면서 기업농 육성정책으로 일관해왔다”며 “그 결과, 농촌인구는 줄어들고 저가 수입농산물의 범람 속에서 농민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해 이농하거나 겸업 또는 규모를 늘리는 방법으로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업소득이 1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대부분 여성농민들은 겸업을 통한 농외소득을 통해 농가소득을 유지하고 집안의 농사일은 농사일대로 하면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여기에 CPTPP까지 추진되면 더 이상 농업인구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고, 농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농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질 것”이라고 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WTO 12차 각료회의에 대응한 비아캄페시나의 투쟁 결과를 발표한 뒤, 농민의 권리와 모든 시민의 먹거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남 곡성에서 농사짓는 박웅두 농민은 유엔농민권리선언을 한국농민권리선언으로 확장해 국가책임농정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농민기본법 제정의 방향과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전 국민 지지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농민과 시민이 동시에 고통받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농산물가격’ 문제를 꺼내야 한다”며 “불공정한 가격 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실제 CPTPP 가입 후 농민과 시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총회에서는 심증식 포럼 사무처장(본지 편집국장)이 유엔농민권리선언의 사회적 확산을 위한 포럼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포럼 운영위원들은 이어 포럼 조직체계 개편을 논의한 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을 제2기 대표로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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