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양파 TRQ 계획, 당장 철회해야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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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 폭락세를 면치 못했던 양파값이 최근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폭락세였던 가격이 회복되는 것에 안도할 틈도 없이 발표된 정부의 저율관세할당(TRQ) 도입 계획은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을 것 같은 농민들의 처지에 기름을 부었다. 양파뿐아니라 마늘, 감자 등 주요농산물에 대한 TRQ 물량 도입 계획은 현장의 불안감을 높이며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소비를 채우지 못할 만큼 부족한 것도 아니고 곧 시장으로 출하되는 물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값을 낮추기 위해 안달이다. 저율의 수입물량 유입으로 시장이 교란되면 국내물량으로 수급과 가격을 조절할 기회조차도 앗아가 버리는 꼴이다.

생산비 폭등, 가뭄, 작황 부진에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한 쌀값 등 농업현장은 악재가 쌓여가고 있는데 TRQ 도입까지 더해졌다. 쌀, 마늘, 양파, 감자 등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만큼 국내생산 여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수천억원의 예산이 수입에 쓰인다.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TRQ 도입단가도 상승했고 2022년에만 쌀 TRQ를 수입하는데 4,327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여기에 물가정책을 수입농산물로 해결하는 논리가 마늘, 양파 TRQ 물량을 소환했고 반드시 운용해야 할 필요도 없는 물량으로 국내 생산기반마저 위협하게 됐다.

세계무역기구(WTO) TRQ 운용물량은 양파 2만645톤, 마늘 1만4,467톤이며 저율관세는 50%다. 더 큰 문제는 증량이다. TRQ는 저관세 물량을 초과하면 고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정해놓은 일정 물량을 초과하게 되면 높은 관세를 부여해 자국 농업의 보호장치로 작용되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이는 작동하고 있지 않다. 수입산은 싸고 국내산은 비싸다는 인식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유사·대체 수입 품목이 TRQ 운영 품목의 몇 배가 넘게 수입되면서 우리 농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늘의 경우 탈피, 신선 또는 냉장, 건조마늘은 TRQ 품목이고 냉동, 초산조제마늘은 대체수입품목이다. 양파의 경우에도 신선냉장, 건조의 경우에는 TRQ 품목이고 냉동, 조제, 파속채소가 대체수입품목이다. 이 대체수입품목의 관세는 TRQ 저율관세보다 더 낮은 27%, 30% 관세율로 수입된다. 낮은 관세율로 수입돼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품목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마늘과 양파는 한국의 식재료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채소류이지만 농사짓는 농민들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양파는 올해 초 가격이 20kg 한 망에 3,000원까지 폭락했다. 최소 생산비라도 건지려면 한 망에 1만1,000원은 돼야 하는데 겨우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며 생산비도 나오지 않았다. 농민들은 수급조절을 위해 헌신적으로 자체 폐기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TRQ 도입이어서는 안 된다.

농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직접 가지 않는 TRQ 도입 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마땅하다. 농민이 농사짓는데 들어가는 생산비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농산물가격만 억누르려는 방향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비료값, 기름값, 인건비 모두 올랐는데 농산물값만 저관세 수입을 이용해 잡으려는 행태를 이해해 줄 농민은 없다. 저관세 TRQ 수입이 아니라 국내산 비축 물량을 늘려 수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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