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북, ‘큰물’과 ‘센바람’ 피해 대책 부심

  • 입력 2022.07.03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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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한반도에 장마철이 시작됐다. 오랜 가뭄 언저리에 큰 장맛비가 갑작스레 맞닿고 있다. 해갈을 기뻐할 새 없이 홍수와 강풍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재해성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바싹 다다른 형국이다.

북의 ‘기상수문국’은 지난달 26일 평안도와 황해북도, 강원도 지역에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고, 용천과 사리원시에는 직경 15~30mm 우박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까지 황해도와 강원 내륙 일부와 개성엔 250~35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하면서 ‘폭우, 많은 비 중급경보’를 발령했다. 서해안의 여러 지역과 용천, 온천, 용연 등지에는 15m/s 이상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

농업성에서 격상된 ‘농업위원회’는 이에 앞서 부국장 명의의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장마철에는 일조량 부족과 센바람, 무더기비 등 농작물 생육에 불리한 조건이 지속된다”며 과학적 영양관리와 물빼기작업, 병충해막이, 센바람 대책 등을 꼼꼼하게 강조했다.

북의 매체들은 이에 맞춰 황해도, 평안도, 함경남도 등 여러 곳에서 장마철에 대비하는 주민들의 노력을 보도하면서 이를 사회주의경쟁운동으로 추켜세우며 강조했다. 사실상 지금 북녘의 전 지역에서는 장마철 대비책의 일환으로 물빼기대책, 물길정리, 하천제방정비, 관개구조물 보수, 대형 갑문 및 양수장의 전기 점검 등을 비롯해 산사태를 방지하고 하천을 정비하는 사방야계공사를 벌이는 듯하다.

지난달 11일 당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자연재해로부터 농작물들을 최대로 보호할 수 있게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할 데 대한 논제와 과학적인 농사 지도, 실천 방도 등이 언급됐다. 이에 앞서 2021년 9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기후위기로 인한 위기가 심화되었다”며 “강하천정리와 사방야계공사, 제방보수와 해안방조제공사 등을 기본적으로 결속하고 정상관리 할 것”을 강조한 적이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이행과 관련해 북이 같은 해 7월 제출한 ‘국가별 자발적 보고(VNR)’에서는 자연재해와 이에 대한 회복력(Resilience)의 부족으로 식량난이 발생했다고 진단하면서 재해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기후변화 연구기관인 ‘우드웰기후연구센터’는 기후변화에 따른 북한의 식량 생산 변화, 홍수와 해수면 상승 피해에 초점을 맞춰 북한 기후변화 취약성을 분석, 지난해 7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곡창지대에서 빈번해진 가뭄과 홍수로 인해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 서해안 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구센터는 나아가 “기후변화가 북한 체제 안정 능력을 손상시켜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재해를 대하는 북의 태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북의 정책적 의지와 전 인민적 노력이 더해져 재해 예방과 긴급복구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그렇지만 북의 재해재난 대비책은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다.

최근의 기상재해는 이전에 없던 패턴으로 발생하면서 국지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양상이다. 재해회복력을 함께 높여야 할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내재해성 농업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지금 북녘은 사실상 대북제재에 갇힌 형국이라 그들만으로는 분명 힘겹다.

기상재해가 이미 지구적 문제이자 함께 대처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우리가 북녘을 거들고 나서는 게 옳다. 긴급복구부터 중장기 대책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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