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당한 대가

  • 입력 2022.06.0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사람이 일을 하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만큼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당연한 것은 모두에게 공평하달 만큼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민은 재배하는 작물에 따라 길게는 1년 가까이 일한 대가를, 수확기 이후 농산물 판매가격으로 받아들게 된다. 그간 일한 시간과 들인 노력에 값을 매겨 수중에 고스란히 전해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저 당해 연도의 전체 수확량과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약 1년의 인건비를 정산받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농민들 손에 들어가는 농산물 가격은 그간 농민들이 몇 시간을 일했는지, 해당 작물을 키워내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 ‘농한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바빠 길에 다니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 일을 한다는 파종·수확기를 고려할 때 농민들이 한 작목을 온전히 키워 수확하기까지 들인 노동력을 인건비로 산정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농산물 가격이 농민들의 노고를 보상할 만큼 정당하다 할 수 없어서다.

역병으로 지난 2년여간 지속된 팬데믹을 비롯해, 욕심을 버리지 못한 우매한 지도자가 일으킨 전쟁은 전 세계를 위기에 빠트렸다. 사실상 이번 위기도 국내 식량 자급 필요성을 사회적 관심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그나마 일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식량위기로 말미암아 식량 자급을 높이고, 국내 농업 경쟁력을 높여야 할 우리 정부의 주무부처, 농림축산식품부는 새 정부 새 장관을 맞이하고도 그저 물가 안정(사실상 농산물 시장가격 잡기)에만 전전긍긍인 모습이다.

농업전문지 기자로 일하며 6년째 지켜본 결과 더이상 실망할 것도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농업 관련 예산마저 기획재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이것저것 줄이기 바쁜 힘없는 부처지만, 국내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일할 부처 역시 농식품부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확기를 맞은 마늘 재배 농민들은 수확기 하루 최대 17만원까지 오른 인건비를 감당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워낙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작목이지만, 올해 긴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자 가격이 일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농민들은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수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정부, 올라도 너무 오른 생산비에 겹겹이 산재한 유통 단계 그리고 자신들 이익 불리기 바쁜 상인들, 평년에 못미치는 수확량 등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해서다. 이처럼 농민들은 매년 기대한 만큼의 순수입이 지난 노동력의 대가로 따라올지 확실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농민들이 ‘도박’ 같은 농사를 계속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찾은 전라남도 해남군의 마늘 수확 현장에서 농민들은 “차라리 밭을 놀리는 게 돈 버는 거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극악한 농촌 현실을 털어놨다. 수확 작업을 끝마치고 당장 오는 8월부터 다시 마늘 파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던 한 농민은 “현장 상황이 심각해도 월급에 수당까지 따박따박 계산해서 받는 공무원들은 밖에 나와 뭘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들을 안 한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일한 시간 만큼 월급 받는 보통의 직장인과 공무원처럼 농민에게도 정직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