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한반도에 불어오는 ‘신냉전 질서’

  • 입력 2022.05.01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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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지난달 25일 군 창건 90주년 행사의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화성17형 ICBM)을 비롯해 잠수함 발사형 미사일(SLBM)과 극초음미사일,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새로운 무기체계를 드러냈다. 나아가 핵무력의 군사적 용도 및 정치적 활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북한이 ‘군사강국의 면모’를 드러내려 한 적은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남한의 새 정부를 대하는 그들의 시각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남한에서도 곧 대북정책이 바뀔 전망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강조했다. 미사일 발사와 위협적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군사적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높여가고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힘을 통해 안보와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새 정부는 향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도를 끌어 올리고, 유사시 남한에 핵무기 전개를 위한 한미 간 협의 절차를 마련한다는 방안을 숨기지 않고 있다. 또 미국과 호주, 일본이 주도하는 쿼드(Quad)의 산하 워킹그룹에 참여하려는 복안도 숨기지 않는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과 북은 ‘협력’ 대신 ‘대결’의 구도로 돌아서려는 모양새다. 남과 북은 그간 엄청나게 군비를 확충했으며, 무기체계를 고도화했다. 남한은 이제 세계 6번째 군사력을 갖췄다. 북한의 군사력 또한 비대칭 전략을 고려하면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무력이 넘치면 이를 과시하려 하고, 곧 무력 시위와 도발로 이어질 게 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마저 남북의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서방의 제재 속에 갇힌 러시아는 고립무원의 처지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을 이전의 동맹관계로 끌어당기려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미국 중심의 서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강력한 진영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은 이제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외관계 개선의 우선순위를 변경, 북·미관계보다는 북·중·러 동맹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결국 미·중 갈등과 미·러 대립이 격화되면서 ‘신냉전 질서’가 강화될수록 남북관계는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다.

신냉전 질서와 함께 최대 위협요소로 꼽히는 것이 식량위기다.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예상보다 앞당겨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 세계 옥수수와 밀 생산량의 29%를 차지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금 전쟁 중이다. 현재 밀 가격은 지난해 대비 41%, 옥수수 가격은 37% 폭등했다. 각국은 비상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발표한 식량안보지수에서 우리는 71.6점으로 32위, 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를 밑돌았다. 북한 역시 그동안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려 왔다. 한반도의 식량주권은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한반도에서 신냉전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새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과는 차별화된 대북정책도 모색돼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 식량주권을 위한 대범한 협력구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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