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농협, 직원 횡령사건 무마 시도 논란

농민 돈 6천만원 횡령한 직원

임시이사회서 권고사직 처리

  • 입력 2022.04.1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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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진주시농민회는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진주시지부 앞에서 대곡농협 횡령사건 및 그 처리 행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주시농민회 제공
진주시농민회는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진주시지부 앞에서 대곡농협 횡령사건 및 그 처리 행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주시농민회 제공

경남 진주 대곡농협(조합장 최상경)이 직원의 횡령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권고사직 형태로 무마하려 해 논란을 야기했다. 진주시농민회(회장 김복근)는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진주시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곡농협의 도덕적 해이와 농협중앙회의 관리미흡을 규탄했다.

진주 대곡면에서 파프리카를 재배·수출하는 농민 양영수씨는 지난달 농협을 통해 지급받는 정부 수출물류지원금(2020년분) 680만원이 누락됐음을 인지했다. 항의를 받은 대곡농협은 과장급 직원 A씨의 횡령 정황을 발견했고 조사를 통해 2년에 걸친 추가 횡령 사실까지 확인했다. 대곡농협이 자체 파악한 총 횡령 금액은 양씨의 피해액 2,400만원을 포함해 5,800여만원이다.

정작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진주시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대곡농협 경영진은 정상적인 중앙회 감사나 고발 절차 대신 A씨에 대한 ‘퇴직금 없는 권고사직’으로 사건을 무마하기로 했다. 피해액은 모두 회수해 보상한다는 방침이지만, 피해현황조차 즉시 공개하지 않아 아직까지 양씨 이외의 피해사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횡령 사건은 개인의 일탈과 농협의 시스템적 결함이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권고사직 형태의 사건 처리는 개인 일탈 문제에 대해서만 편법적 해결책이 될 뿐, 시스템 결함의 해결은 전혀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문제에 대응하는 농협의 폐쇄적 태도는 도덕적 문제를 떠나 농민조합원의 눈을 가리는, 협동조합으로서 가장 패악적인 모습이다.

김준섭 진주시농민회 대곡면지회 사무장은 “횡령한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보류하고 제대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건데 야합하듯 권고사직 처리를 했다. 일부 이사들은 이 사건이 조합과는 상관없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는 듯하다”며 탄식했다.

김복근 진주시농민회장은 “농민들이 믿고 의지하는 농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안타깝다. 조합원 입장에서 더 이상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확실한 감독·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주시농민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횡령 및 금품수수 사건은 인지하는 즉시 중앙회 감사와 수사기관 고발을 의무화할 것 △이번 사건을 철저히 감사해 불법사항을 형사고발하고 조합원에게 결과를 상세히 보고할 것 △농협중앙회가 근본적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대곡농협은 지역언론 보도와 농민회 반발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8일 농협중앙회 감사를 요청하고 13일 형사고발을 하며 뒤늦은 절차 이행에 나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보의 공개다. 진주시농민회는 대곡농협에 지난 6일자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고, 대곡농협 측은 오는 20일 정기이사회 안건으로 정리될 ‘전차 회의록’을 이사회 직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의록이 공개되면 정확한 피해 현황과 경영진의 사건 무마 시도 정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진주시농민회는 ‘누락 없는 정확한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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