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들도 ‘CPTPP 반대’ 표명

농정통상위 “충분한 논의 필요”

정명회 “농업 홀대 도 넘었다”

  • 입력 2022.04.1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 전국농어민대회’에 발맞춰 농협 조합장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농협 조합장 모임 중 하나인 농협 농정통상위원회(위원장 송영조, 농통위)와 농협조합장 정명회(회장 국영석, 정명회)가 각각 성명을 발표해 CPTPP 가입 시도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1일 농협중앙회 대의원들은 전국 1,118개 조합을 대표해 정부의 CPTPP 가입 시도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CPTPP 가입 자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농민들과 달리, CPTPP 가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정부에 ‘가입 이후의 대책’ 요구만을 열거해 일부 비판을 받았다.

구성원의 규모가 작아지면 뜻을 좀더 구체적으로 모을 수 있고 성명에도 과감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두 조직은 각각 40명 규모로,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주장하며 농민들과 목소리의 결을 맞췄다.

농통위는 각 지역과 품목을 대표하는 40명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농업통상정책 대응 논의기구다. 조합장들의 자발적 조직이지만 역사가 깊어(1988년 임의결성, 1999년 공식결성) 농협중앙회 자문기구의 지위를 갖는다.

농통위는 지난 11일 성명을 발표해 “세계 농업강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맺은 FTA의 파고 속에서 힘겹게 버텨온 우리 농업이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며 농업인들의 농업 포기마저 우려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CPTPP 가입 절차를 중단하고 농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할 것 △지금껏 이뤄진 시장개방에 대해 특단의 농업경영 안정대책을 마련할 것 △선진국 수준의 식량안보대책과 재정 계획을 수립할 것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소속 조합장들이 지난 11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CPTPP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소속 조합장들이 지난 11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CPTPP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농협중앙회 제공

이틀 뒤인 13일엔 정명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정명회는 개혁적 성향의 조합장 40여명이 모인 조직으로, 조직의 성격 만큼이나 성명에 강한 비판을 담아냈다. 완곡한 어조로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나열한 농통위에 비해 한층 단호한 어조가 돋보이며 내용 역시 별도의 요구사항 없이 ‘CPTPP 가입 불가’ 한 가지 논지를 확실하게 관통시켰다.

정명회는 대한민국을 ‘농업 홀대 공화국’이라고 비꼬며 지난 30년간 이어온 농업개방의 역사와 농민들의 분투 과정을 상세히 열거했다. 덧붙여 오늘날 국가적 문제로 부상한 기후위기·식량위기·지역위기가 모두 지난 30년간 이뤄진 농업 구조조정의 결과임을 단호히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반(反)농민적 농정에도 불구하고 30년을 버티고 살아남은 농민에게 정부는 또 다시 희생을 강요하려 한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CPTPP인가. 정부는 CPTPP 가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 조합장은 농민이 주인인 농협의 대표자로서 CPTPP를 막고 우리 농업·농촌·농민을 살리기 위해 함께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