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

  • 입력 2022.04.17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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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인도는 늘 인산인해다. 사회 각계각층,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북새통을 이루며 30분 단위로, 혹은 한 시간 단위로 계속 이어진다.

잠깐만 지켜보더라도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정부가 해결해야 할 각종 사회, 경제 이슈가 총 망라된 채 이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울려 퍼진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증장애인, 여성계, 의료계, 교육계 인사들이 인수위가 내놓는 설익은 정책을 규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재설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수위 앞을 지키는 경찰들의 경계는 더욱 삼엄하다. 바리케이드는 기본이고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겹겹이 경찰 병력을 세워 인수위 앞을 오가는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인수위 앞 횡단보도까지 바리케이드로 시민들의 통행을 막은 채 신호등 점멸에 따라 문(?)을 열고 닫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아니 왜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이었다.

이날 농수축임업 16개 단체 대표자들과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의 기자회견이 인수위 앞에서 연이어 열렸다. 현 정부가 강행하려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농산물 수급정책과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을 살리는 정책을 인수위에 촉구하는 자리였다.

양파생산자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올해 제주에서 수확한 조생양파 20망 정도를 가져와 회견장 앞에 쌓았다.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인수위 앞 횡단보도를 막는 경찰의 행위는 농민들의 기자회견 전까지 이어졌다. ‘결국 이것 때문인가’하는 생각 또한 절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며 국민들의 우려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인수위 앞 겹겹이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 출범조차 하지 않은 윤석열정부의 5년 내내 소통보다는 불통에 익숙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인수위 관계자가 허리를 90도로 꺾어 요구서한을 받아 간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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