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4월은 잔인한 달

  • 입력 2022.04.17 18:00
  • 기자명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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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4월이 되면 항상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생각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따뜻했었다/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렸다//”

이 시에서의 4월이 시기적으로 4월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징적인 은유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 예를 들어 제주 4.3 사건, 4.19 의거, 4.16 세월호 참사 등과 맞물려 ‘잔인한’ 느낌이 투영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잔인한’ 느낌은 남북관계에서도 확인이 된다. 해마다 봄철이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한 북쪽의 대응과 긴장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는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한 대로 북미관계 악화로 인한 파열음과 함께 김일성 생일 110년, 김정은 집권 10년이라는 상징성이 연동됨에 따라 예측불허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북의 김여정 부부장은 ‘핵보유국’을 재차 언급하고 이후 수위가 조절되기는 했으나 ‘핵전투 무력’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는 등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정책협의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구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미국과 우리의 대북정책 방향에 변별력이 없다면 북쪽 입장에서는 굳이 우리와의 대화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그래서 이번 4.15(태양절)에는 북쪽이 기존 전략전술무기 시험에 이어 ICBM 추가발사, SLBM 발사, 7차 핵실험 등이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 간에도 중요한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말이다.

이미 금강산에서는 해금강 호텔이 철거 중에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 후 상당기간이 지났고 건물이 노후화됐기에 철거가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금강산 관광 다음에는 개성공단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결국 남북경협의 모든 결과물이 사라지는 모양새가 된다.

그리고 휴전선 인근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무작정 충돌이 발생할 리는 만무하고 원인이 있다면 과거 문제가 됐던 대북 전단살포 등이 그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는 돌발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 복무 시절 우리가 주로 썼던 말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였는데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전 세계적 인플레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경제적 충격이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까지 결합된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래도 4월이라는 한 차례의 파고를 넘기면 위기는 가라앉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더이상 ‘춘래불사춘’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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