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남부지역 양파농가들이 4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에 모여 양파밭을 갈아엎으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의 안일한 수급대책을 규탄했다. 지난달 23일 고흥, 24일 제주, 이달 2일 다시 제주에 이어 벌써 네 번째 갈아엎기 투쟁이다.
2021년산 저장양파 재고량과 햇조생양파 재배면적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3~4월 심각한 양파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조생종 본격 출하가 이뤄지기도 전에 벌써부터 도매가격 kg당 400원대의 폭락이 도래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햇양파 전체 예상생산량이 평년보다 적다는 이유로 중장기 가격전망을 낙관, 저장양파·조생양파 출하연기 등 비교적 간단한 수급대책을 추진 중이다.
생산 현장에선 농식품부의 시각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과 상관없이 조생양파 폭락이 중만생양파 가격까지 끌어내렸던 사례가 부지기수며, 농식품부의 어중간한 수급대책이 시장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수십년 동안 직접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투쟁 현장엔 전남 무안·함평 등 인근 지역 농민은 물론 전남 전역 및 경남·제주지역 농민들이 400명이나 운집했으며, 노은준 한국양파연합회장을 비롯한 전남·경남지역 양파 주산지 농협조합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산지가 느끼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양파협회)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수급대책은 대책이라 할 수도 없다. 정말로 앞으로 양파 가격이 걱정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부가 10만톤을 비축했다가 가격이 오를 때 풀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다를 건너 참석한 오창용 양파협회 제주도지부장은 “고흥에서, 제주에서 세 번이나 밭을 갈아엎었는데도 농식품부는 병든 닭 모이 주듯 하고 있다. 농민들이 빚지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는 값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요구가 관철되도록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격려했다.
8개월 동안이나 정성스레 가꿔온 양파밭은 네 대의 트랙터에 의해 순식간에 갈아엎어졌다. 농민들은 이미 수확해 망에 포장했던 다른 밭의 양파들까지 밭에 쏟으며 분노를 표했고, 쏟아진 양파와 밭에 심긴 양파가 뒤엉켜 짓이겨지면서 처참한 모습이 배가됐다.
밭 주인인 정상철 무안군농민회장은 “애지중지 키운 양파를 수확해 출하하는 건 자식을 키워 결혼시키는 것과 같은데, 생산비조차 나오지 않으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속상해하며 “매번 이게 마지막이 되길 바라며 밭을 갈아엎지만 정부가 도무지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농민들은 △2021년산 저장양파 농가·농협 보유분 kg당 500원에 수매폐기 △3월 10일 이전 햇조생양파 200ha 평당 1만2,000원에 산지폐기 △3월 20일에도 가격이 회복되지 않을 시 200ha 추가 산지폐기를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대통령 당선인 소속정당 및 농식품부·기재부 앞에서 고강도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각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