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정책, 새판 짜야 한다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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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출범이 마냥 기대되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의 실망감 때문이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정부는 끝까지 농민과 농업을 외면했고 그 실태는 현 정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정부는 농민의 마지막 자존심인 쌀을 가지고 ‘최저가입찰’이라는 방식으로 농민을 우롱했다. 쌀값은 농민값이라는 표현은 한국농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농민값을 짓밟아버렸다.

문재인정부가 농정 성과로 자랑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지난 정부에서 터무니없이 낮았던 쌀값을 안정화시켰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토록 자화자찬하던 쌀값이 다시 하락하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모양새다.

날이 갈수록 농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것은 농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지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다. 농민들끼리 최저가로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버린 행태는 농민층을 분열시키고 시장에 순응하게 할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까지는 쌀값이 하락하면 쌀농가의 소득피해를 어느 정도는 보전시켜줬던 쌀변동직불제가 존재했다. 쌀변동직불제를 폐지할 때 농민들이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되기까지 불과 2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곡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부의 약속은 도리어 쌀값 하락을 유도했고 시장격리제는 쌀값 안정장치가 아닌 제대로 설계되지 못한 허술한 정책임을 드러냈다.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입는 피해가 막심하지만, 농정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획재정부 눈치를 보면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농산물 수급정책은 농민이 중심이 되도록 설계·운영돼야 하지만 농식품부는 기재부 요구에 뒤따라가기에도 벅차다. 이로써 쌀에 대한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고 쌀값 정책에 대한 제도보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이 실패한 것은 비단 쌀 뿐만은 아니다. 최근 양파가격 폭락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요 채소마저도 수급상황이 불안정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농산물 비축제도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그 물량은 가격 폭락 사태를 막기에는 너무나 미미하다. 국내산 수매물량보다 외국산 수입물량이 더 많이 배정돼 있고 지금처럼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도 수입산을 관리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정부의 수급정책이 실패했음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주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현행과 같은 방식이 한국농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불과 2년 전 50여일이 넘는 긴 장마와 태풍으로 최악의 수확량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생산과 공급의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향의 농산물 수급정책이 필요하다.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는 주요 농산물 생산량의 20%를 국가가 수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정부 수매물량은 정부 조달방식으로 공공급식 활용을 통해 소비자인 국민에게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농산물을 제값 받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한국농업의 전통적인 유지기반인 소농·가족농을 보호할 수 있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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