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열두삼천리벌 농사차비로 들끓다”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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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최근 북의 매체는 ‘서해곡창 열두삼천리벌이 약동하고 있다’는 탐방기사를 게재했다. 현장의 분위기가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알곡생산고지라는 목표에 매달렸던 지난해와는 달리 그들은 이제 열두삼천리벌의 희망과 열정을 전하려 하고 있다.

북녘의 탐방 보도는 우리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대개의 경우 빼어난 글솜씨나 맛깔스런 문장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사는 투박하며, 목적 지향적이다. 탐방 보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열두삼천리벌 한복판으로 내뻗은 큰길가에 나서니 약동하는 전야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둑판처럼 자를 대고 그은 듯한 논두렁들과 잘 정리된 포전 도로들, 그물처럼 뻗어간 물길들이 한눈에 안겨 왔다.”

이어 탐방 보도에서는 “드넓은 논벌마다 흙깔이, 거름실어내기에 떨쳐나선 농업근로자들로 들끓었고 가로세로 뻗은 포전길에는 김이 문문 피어오르는 거름을 듬뿍 담아 싣고 기운차게 내달리는 뜨락또르들이 꼬리를 물었다”고 묘사했다.

이들이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숙천군의 ‘열두삼천농장’이다. 열두삼천리벌의 중심이자 얼굴이라는 곳이다. 규모면에서도 단연 첫 자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열두삼천리벌은 북녘의 대표적 곡창지대이다. 한때 농업기반이 절반 가까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선진농업지구로 복구됐다.

기자는 눈발이 날리며 겨울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와중에도 물길바닥파기 작업에 나선 농장원들이 솜옷을 벗어 제끼고 도리어 일손을 다그치는 모습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이전에 뒷자리로 밀렸던 작업반들이 이제 제 몫은 물론 남의 몫까지 함께 해내는 모습도 전했다. 새로운 기풍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탐방 보도는 인근 문덕군 ‘룡림협동농장’으로 이어진다.

“다수확의 근본담보는 뭐니 뭐니 해도 지력을 높이는 데 있다. 모든 작업반들이 유기질비료의 생산목표를 통이 크게 세우고 정초부터 힘찬 투쟁을 벌였다. 특히 질 좋은 생물활성퇴비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도시거름’과 ‘진거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을 근기 있게 내밀어 이미 많은 양을 포전에 냈다”고 전했다.

이후 탐방 보도는 평원군으로 이어져 ‘애국복합미생물물공장’을 소개한다. 이런 공장들은 대개 이전에 일본 내 조총련과 협력사업을 벌이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기자는 이곳에서 유기질복합비료 생산계획을 지난해보다 훨씬 높이 세웠는데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공장일꾼의 말을 전했다.

평원군에서는 이미 여러해 전부터 자기 지방에 흔한 ‘이탄’과 ‘해염토’ 등으로 유기질복합비료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이것이 지력을 개선하고 수확고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을 전했다. 기자는 “평원군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유기질복합비료원료를 마련하는 사업에 두 팔 걷고 나서고 있다”며 이를 혁신적인 성과라 평했다.

탐방기자는 마지막 방문지인 매전협동농장으로 향한다. 이곳은 무슨 일에서나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는 농장이라고 한다. “불비한 점이 없도록 중소농기구준비에 품을 들이는 분조장들, 모판자재준비에서 놓친 점이 없는가를 다시금 하나하나 따져보는 작업반장들”까지 아니나 다를까 어느 하나 빈틈이 없었다고 평했다. 또 기자는 “포전마다 유기질비료를 정보당 20톤 이상 투입하겠다”는 관리위원장의 놀라운 얘기도 전했다.

농사실적이 아닌 농사채비에 관한 소식이다. 굳이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얘기다. 그들의 말로 열두삼천벌의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그곳에는 예전에 없던 희망도 읽힌다. 또 신형트랙터가 간간히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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