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환경 농정’ 위해 손봐야 할 것들

  • 입력 2022.02.2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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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에서 대선후보들에게 생태농업의 가치를, 친환경먹거리 공급을 위한 공적조달체계 구축 필요성을 촉구하는 친환경농업계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친환경농업계는 구체적으로 새 정부에 어떤 농정을 요구하고 있을까. 새로운 농정을 위해 손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 6월 2일 경기도 과천 렛츠런파크에서 진행된 친환경농산물 한마당 중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부스에서 활동가가 어린이들에게 논생물을 보여주고 있다. 생물다양성 등이 담보되는 생태친화적 농업의 과정을 살피고 육성할 ‘친환경 농정’이 절실하다.
지난해 6월 2일 경기도 과천 렛츠런파크에서 진행된 친환경농산물 한마당 중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부스에서 활동가가 어린이들에게 논생물을 보여주고 있다. 생물다양성 등이 담보되는 생태친화적 농업의 과정을 살피고 육성할 ‘친환경 농정’이 절실하다.

친환경농업 중심 농정 추진체계 개편

우선 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강용, 친환경농업협회)가 마련한 ‘차기정부 친환경농업 육성 세부정책제안서’ 내용을 살펴보자. 친환경농업협회의 핵심 제안은 ‘친환경 생태 유기농업 중심으로의 농정 추진체계 재편’이다.

이미 지난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직속 친환경농업 태스크포스에서 ‘2030년까지 유기농 재배면적 10%, 무농약 20%, 환경친화형 농업 30% 확대’ 및 ‘2030년까지 화학비료·농약·항생제 5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우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농업관련 기관의 업무체계가 농약·화학비료 사용 농업을 전제로 깔고 있는 한, 위와 같은 목표의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협회는 현재의 ‘관행농업’ 위주 농정 체계를 유기농업 육성 중심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농식품부의 친환경농업 관련 업무는 식품산업정책실의 농업생명정책관(국장급) 소속 친환경농업과에서 분장한다. 넓은 범위에서 친환경농축산업 범위에 들어간다고 볼 동물복지 영역은 농업생명정책관 소속 동물복지정책과에서 별도로 다룬다. 적어도 농식품부 내에 ‘환경농업국’이라는 국 단위 부서를 설치해, 이곳에서 유기농·축·수산업 관련 생산·가공·유통정책을 관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제기돼 왔다.

‘과정 중심 친환경인증제’ 없는 친환경농업 확대는 불가능

친환경농업계의 오랜 숙제인 ‘과정 중심 친환경인증제 마련’ 내용도 새 정부에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사실상 전 세계가 유기농사 과정의 ‘잔류농약 검출’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과 중심, 즉 잔류농약 검사 중심 인증제를 유지하면서 정작 친환경농민의 환경생태적 역할에 대한 평가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또한 친환경농민의 인증업무를 맡은 민간인증기관들에 대한 관리업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안용덕, 농관원)이 담당하는데, 농관원의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점부터가 ‘육성’ 관점이 아닌 ‘관리’, 나아가 ‘처벌’ 중심 관점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친환경농업 관련 법령도 ‘결과 중심적’ 성격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2018년 12월 31일「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시행규칙)」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기존 시행규칙의 ‘무농약농산물 등의 인증기준’ 항목 중 무농약 인증 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허용기준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한 농산물 농약잔류 허용기준의 20분의 1 이하’라고 규정한 내용이 빠지고 ‘유기합성농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 들어갔다.

‘식약처 농약잔류허용기준의 20분의 1’ 규정은 항공방제, 드론 사용 등으로 극소량의 농약이 친환경농지 농산물에 비의도적으로 섞여 들어갈 상황에 대해 불완전하게나마 방어막으로 작용해 왔는데, 그 내용이 빠지고 ‘유기합성농약 성분 불검출’ 규정 내용이 들어감에 따라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극소량의 농약이 검출된 농가의 인증 갱신 및 승인이 어려워졌다는 게 (사)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 측의 진단이다.

장맹수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장은 “미국에선 불가항력적 원인으로 유기농 인증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될 시 허용기준치의 20분의 1을 초과하지 않으면 인증품으로 유통하도록 허용한다”고 한 뒤 “우리나라에선 불검출 원칙 아래 허용기준치의 20분의 1 미만으로 검출돼도 인증품은 물론 인증사업자(친환경농민)도 부적합 처리돼 인증 갱신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주창하는 친환경인증 면적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친환경 인증면적은 계속 줄어들었다. 농관원의 2020년 12월 인증 통계상 인증사업자 수는 5만9,249명이었는데, 2년도 안 지난 올해 1월 20일 기준 친환경인증정보시스템 상의 인증사업자 수는 5만5,638명으로 약 3,600여명이 줄었다.

장 회장은 “지나치게 엄격한 친환경인증 기준으로 인해 인증면적이 계속 줄어, 농식품부가 표방한 ‘2025년 친환경 인증면적의 전체 농지면적 대비 10% 달성’은 커녕 전체 농지면적 대비 5%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시행규칙 재개정을 통해 불가항력적으로 혼입된 농약 성분의 경우, 기존처럼 식약처장이 고시한 농약잔류 허용기준 이하로 검출된다면 농약 검출 농산물만 못 팔게 하고 농민의 친환경인증 유지는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급식의 국가사무 전환 절실

학교급식을 넘어 전방위적인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친환경농업협회 및 먹거리운동 시민사회에서 제기된다.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친환경·먹거리 시민사회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지방 위임사무로 규정된 학교급식 업무를 국가사무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급식의 국가사무 전환 명분은 코로나19 발생 이래 학교급식 파행운영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원격수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학교급식 공급 친환경농민들로선 다시금 정상등교 차질에 따른 급식 판로 감소가 우려된다.

친환경농업협회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 협회는 수 차례 학교급식 중단 시 일방적으로 생산농가·공급업체에 피해가 전가되는 현 급식체계의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대책으로 “이제라도 수급안정을 위한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급불안정 발생 시 관련 예산을 적극 활용해 친환경식재료 꾸러미를 가정에 공급하고, 다양한 유통경로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기업에 상생꾸러미를 공급하고 홈쇼핑·판매 플랫폼 업체 등과 연계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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