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양파 수급대책 마련해야

  • 입력 2022.02.2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전남 고흥, 제주 등에서는 애써 키운 양파밭을 갈아엎는 투쟁이 있었다. 농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몇 달 동안 농사지은 농작물을 수확하지도 못하고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저생산비라도 보장받기 위한 양파생산자들의 절박한 마음은 대국민 호소문에 담겨 전국에 뿌려졌다.

이토록 절박한 상황까지 내몰린 배경에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저장양파에 대한 시장격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채소가격안정제 등과 같은 수급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당장 조생양파를 출하하는 농민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출하기에 형성되는 시장가격은 상인들이 양파를 사들이는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은 고스란히 생산자에게 피해를 준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요구는 묵살해버렸다. 농작물이 밭에서 수확돼 최종 식탁에 오르는 전 과정이 온전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격이 뒷받침돼야 한다. 생산자는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싼 가격에 판매하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사게 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농산물 수급대책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향후 예측되는 바를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의 균형점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적합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현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대책이라고 내놓으면 반발만 커질 뿐 정부 정책을 통한 효과도 얻지 못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산 농산물로 수급을 조절하려는 정부의 대책은 궁극적으로 더 큰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농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가 제대로 된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양파생산자에게 직면한 문제가 비단 한 작물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불안정한 수급정책에서 파생되는 불안은 농민만의 고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도 위협한다. 농산물 제값 받기는 당연한 요구이고 실현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다. 제값이라는 것은 농민들이 농사에 투입한 생산비를 보장받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으며 다음해에도 농사지을 수 있는 밑천이다.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농사지어서 손해만 입게 되고,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 농민은 없다. 정부가 농산물 수급조절에 실패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보완하지 않은 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농민들의 절박함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농민들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수정돼야 마땅하다.

7대 수급 채소 중 하나인 양파는 채소로서 단백질도 많고 칼슘, 무기질, 엽산도 풍부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채소 중 하나다. 양파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양파는 살균작용, 혈액순환, 정장기능, 당뇨병 예방, 암예방, 골다공증 발생 감소 등과 같은 다양한 효과가 있다.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촉진 방안 마련도 절실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양파의 효능을 홍보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농민들은 내년에도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가격 및 수급정책의 재정립이다. 지금까지 수급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