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축협 노사합의 뒤엎은 농협중앙회

자체 비정규직 정규직화 체계

중앙회 “채용준칙 위배” 지적

전협노, 중앙회 앞 규탄 집회

  • 입력 2022.02.20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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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축협의 인사채용 관련 노조협약이 농협중앙회에 의해 무력화되자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전협노 제공
제주축협의 인사채용 관련 노조협약이 농협중앙회에 의해 무력화되자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전협노 제공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민경신, 전협노)이 지난 14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50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례적으로 정규직화하는 제주축협(조합장 강승호)의 노사합의를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가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제주축협은 전국 지역조합 가운데 매우 선진적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무숙련도를 인정해 1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매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특별채용 전형 역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할애해왔다.

이는 2015년 7월 제주축협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된 시스템이다. 명문화된 건 2015년이지만 실은 그보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노사협치의 좋은 모델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5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 시스템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됐다.

이 시스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였다. 지역 농·축협에서 친인척 채용 등 채용비리 논란이 잦아지자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역조합들의 인사채용을 중앙회 차원에서 공정화·투명화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제주축협 역시 점점 자율적인 채용이 어려워졌고 지난해 3월 농협중앙회 ‘채용준칙’이 마련되면서 완전히 통제되기에 이르렀다.

농협중앙회는 채용준칙상 △농·축협별 자체 채용이 불가하고 △공개채용이 아닌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은 불가하며 △제주축협의 채용 자격조건이 채용준칙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중앙회 전산망에 직원등록을 거부하는 등 제주축협의 채용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다. 부도덕한 조합들의 채용비리가 결과적으로 한 조합의 선진적 채용시스템을 막아버린 기막힌 일이다.

커다란 선을 위해 작은 희생이 필요한 사례로 볼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보다 큰 문제가 드러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지역조합의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결정한 사항을 별도 법인인 농협중앙회의 일개 ‘준칙’이 무력화해버린 것이다. 전협노는 이것이 노사교섭권과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받은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석주 전협노 정책국장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것부터가 불공정이지만, 오랜 시간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그 자체로 공정한 일”이라며 “농협중앙회가 규정도 법률도 아닌 ‘준칙’을 가지고 노사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건 지나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집회는 ‘제주축협 비정규직 정규직화 단체협약 이행 방해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 사퇴 촉구 결의대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집회 후 전협노는 농협중앙회에 정식 요구서한을 전달했으며, 서한은 다소 과격한 집회명과 달리 △지역조합 노·사간 합의에 의한 인사채용에 개입하지 말 것 △지역조합들에 규정하고 있는 노동 관련 독소조항을 개정할 것을 차분히 요구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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