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등유 1천원선 돌파, 시설 농가 생산비 끝모르고 치솟는다

영하권 날씨에 전체 생산비 중 난방비 30~40% 차지

인건비까지 부담 과중한데 농산물 가격은 ‘롤러코스터’

  • 입력 2022.02.1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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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7일 충남 논산군 월오리 일원의 딸기 시설하우스에서 농민 박재영씨가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7일 충남 논산군 월오리 일원의 딸기 시설하우스에서 농민 박재영씨가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거듭된 유류비 인상에 일부 지역의 면세등유 판매가격이 최근 1,000원선을 돌파했다. 여기에 ‘입춘 한파’로 영하권 날씨까지 지속됨에 따라 시설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데, 농작물 가격은 등락을 계속하며 널뛰어 농가 걱정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농민 이재환(67)씨에 따르면 최근 1,000평 하우스 난방에만 매일 200~300L의 등유가 소비되고 있다. 영하 10℃를 넘나드는 추위에도 하우스 내부는 15℃ 수준을 유지해야 해서다. 하지만 이씨에 따르면 얼마 전 면세등유 가격마저 1,000원선을 넘긴 까닭에 부담해야 할 1,000평 하우스 난방비만 하루 20만원 이상을 육박하는 실정이다.

이씨는 “보통 파종 6~7개월 전부터 영농계획을 세우고 11월에서 12월쯤 씨를 뿌리는데 하우스 내부 장만한 뒤 씨까지 뿌려놓고 유류비 오른다고 난방을 안 할 수도 없는 데다 작기가 한 번 틀어지면 1년 농사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난방을 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인력 수급 난항에 인건비까지 수직 상승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여파로 유류비까지 고공행진을 계속하다 보니 정말 농가 손에 남는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이씨는 “지금 당장 휘발유며 경유며 안 오르는 게 없다 보니 정부에서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등유는 유류세 인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농가에서 난방용 등유 사용 시 면세 혜택을 받지만, 지금처럼 면세등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오른 상황이라면 농가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시켜 줄 특단의 대책 또한 정부에서 논의를 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2022년 2월 첫째주 기준 면세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약 951.54원이다. 지난해 동기 판매가격인 685.56원과 비교해 약 39% 인상된 셈이다. 업소별로 판매가격에 차이가 있다 보니 일부 지역과 주유소에선 1,000원을 넘긴 경우도 수두룩하다.

충청남도 논산시에서 시설 딸기를 재배 중인 농민 박재영(49)씨 또한 치솟는 난방비와 생산비를 최근 체감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설정해놓으면 난방이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비용이 정확히 얼마나 인상됐나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난방비가 오른 것은 어느 정도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2중 하우스인지, 3중 비닐 또는 부직포 하우스인지에 따라 난방 사용량이 크게 다르지만, 일반적인 200평 2중 비닐하우스 5동의 한 달 난방비만 1,800만원 정도 든다”고 정리했다.

박씨에 따르면 생산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단연 인건비지만, 난방비 역시 전체 생산비의 30~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그 크기가 적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설 명절을 전후해 딸기 가격이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급락세를 기록 중이어서 농민들이 느끼는 생산비 부담은 이전보다 그 크기가 더욱 커진 상태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제공하는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명절 직전인 지난 1월 28일 2kg 딸기 상품 한 상자의 도매 평균가격은 4만64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설 직후부터 하락세를 기록 중이며 지난 9일 기준 딸기 상품 2kg 한 상자의 도매 평균가격은 2만6,720원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설 전까지만 해도 딸기 한 상자 가격이 4만원을 넘겨 언론에서 연일 딸기 가격이 폭등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농식품부 장관까지 수급 안정을 얘기하며 시설 농가를 찾는 행보를 보였지만 시장에 물량이 없어 가격이 일시적으로 잠깐 올랐던 것일 뿐 명절 이후부턴 공급 물량이 늘다 보니 가격이 급락했다”라며 “이처럼 농산물 가격은 잠시 치솟았다 어김없이 하락세를 기록 중인데 8,000원 하던 분무기 부품도 며칠 새 1만원을 달라고 할 만큼 난방비, 인건비 할 것 없이 각종 농자재 가격은 전부 오르고 있다. 올해 농사 끝내고 나면 손에 뭐가 남기는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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