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농업부문에 대한 북의 ‘특별한 보고’ 주목하자

  • 입력 2022.01.30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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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지난 연말 닷새 동안 열린 북의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농업·농촌문제에 대해 별도의 형식을 빌어 ‘특별한 보고’를 직접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의 최고지도자는 이 ‘특별한 보고’를 통해 북의 농업부문에서 그간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과 함께 향후 10년간 북의 농업·농촌에 대한 진로와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지난 26일에는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역할과 권한을 크게 확대한 후속 조치를 이어간 셈이다. 발표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확연히 구별됐고, 그들의 열망과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북의 매체는 이 보고를 “농업부문에 대한 역사적 선언”이라 칭했다.

핵심 내용은 ‘새로운 농촌건설 강령’이다. 농업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농촌의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당과 국가가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장기적인 농촌발전전략”을 열거했다. 농업·농촌의 부흥과 풍요를 제시했고, 이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농업생산을 증대시켜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농촌발전전략의 기본과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향후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할 알곡 생산목표와 축산물, 과일, 남새(야채), 공예작물, 잠업 등의 생산목표를 제시했다. 농촌발전전략에서 특별히 중시해야 할 과업으로는 “지역 특색을 살려 농촌마을을 건설해서 부럼 없는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지연시 건설사례를 본보기로 언급했다.

이어 지속적인 농업생산을 크게 늘리기 위해선 “종자혁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과학적 농사체계와 방법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업기상예보의 신속성과 과학성, 정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라의 알곡 생산구조를 바꾸고 벼와 밀 농사를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보고는 또 “축산과 과수, 남새와 공예작물 생산을 늘리는 것은 인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과업”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축산기지의 현대적 개건, 밭농사 관개정비, 현대적 온실과 버섯재배사 확충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농업 발전추세에 맞게 농업생산의 과학화, 정보화, 집약화를 실현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과 전문인력 육성, 기계화를 위한 영농방법, 그리고 연구개발(R&D) 강화, 선진기술보급체계 구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특별한 보고’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남녘에서 회자되던 북녘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기조이다. 3중고를 겪고 있는 북녘의 고단함만 보았지 정작 그들의 성과와 의지를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또 누군가는 북녘의 농업에 대해 생산성이 낙후된 데다 미래마저 불투명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북의 농업·농촌은 향후 10년 동안 이 특별한 방침에 따라 크게 변모할 것으로 봐야 한다. 이에 힘입어 그들의 농업·농촌은 착실하게 성과를 쌓으며 발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마을운동과 종자혁명, 농업기계화, 스마트농업 등을 숨 가쁘게 겪어 온 우리의 경험과 유산을 되돌아본다면 북녘의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이 더 잘해서 한반도 농업이 함께 비상하도록 주목하고, 응원할 일이다. 남북농업협력도 재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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