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축협 개혁 7년, ‘협동조합’이 되살아났다

입식·관리·유통까지 … 경제사업 집합체, ‘서산한우프라자’

수강생 만족도 100%, 조합원 교육사업 ‘한우대학’도 호평

농민조합원 중심 조합 사업, 정상화 넘어 선진화 이루다

  • 입력 2022.01.1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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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 있는 서산한우프라자. 정육식당과 조합 사무실이 있는 본건물 뒤편으로 사료물류센터, 축산기자재마트 및 창고, 가축경매장 등 대형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 있는 서산한우프라자. 정육식당과 조합 사무실이 있는 본건물 뒤편으로 사료물류센터, 축산기자재마트 및 창고, 가축경매장 등 대형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충남 서산축협(조합장 최기중)은 2015년 이전까지 유난히 잡음이 많은 조합이었다. 조합장·임직원들의 횡령·배임 및 성추행 사건이 수시로 불거졌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조리와 비리 의혹도 켜켜이 쌓여있었다. 조합원들은 조합에 정상적인 사업은커녕 “뉴스에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만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품고 있을 뿐이었다.

개혁 성향의 최기중 조합장이 당선된 지 햇수로 7년, 서산축협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만신창이가 된 조합의 상처를 딛고 철저히 ‘조합원을 위한’ 관점에서 모든 사업을 정상화했다. 브랜드(서산한우)지원, 초유은행, 우량송아지 분양, 퇴비유통전문조직 지원 등 경제사업의 면면은 오히려 다른 조합들보다 탄탄하고 체계적인 모습을 보인다.

‘서산한우프라자(서산축산종합센터)’는 서산축협 경제사업의 집합체다. 출발점은 전임 임원진이 관광농원 조성을 위해 매입해둔 음암면 소재 1만평 땅이었다. 매입 과정에서 비리 의혹마저 얽혔던 이 땅의 처리를 고민하다가, 대규모 경제사업장을 조성해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당시 서산축협의 각 경제사업장은 여느 조합들처럼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또한 사료물류는 외주를 맡겼는데, 외주업체 특혜 및 갑질 의혹이 내부적으로 제기되던 터였다. 최 조합장은 이 1만평 부지에 가축경매장과 육가공시설, 축산기자재마트 등 경제사업장을 집약시키고 사료물류센터를 세워 물류를 직접 관장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정육식당 건물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서산한우프라자 안쪽 전경. 왼쪽 앞에 보이는 건물이 사료물류센터, 그 뒤 건물이 축산기자재마트 및 창고며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가축경매장이다.
사무실·정육식당 건물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서산한우프라자 안쪽 전경. 왼쪽 앞에 보이는 건물이 사료물류센터, 그 뒤 건물이 축산기자재마트 및 창고며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가축경매장이다.

280마리를 수용하는 대규모 가축경매장엔 중간상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자경매를 도입, 경매 속도와 가격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사료물류센터는 외부로 새나가는 비용을 줄였음은 물론, 직접 방문구매하는 농가엔 포당 400원의 할인도 제공한다. 다양한 업체의 우수한 제품을 모아놓은 축산기자재마트도 타 지역에선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시설이다. 서산지역 축산농가는 한우프라자 한 곳을 방문하면 가축거래와 사료·기자재 구입 등의 용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정육식당이 호황을 띠게 된 데는 약간의 운이 작용했다. 당초 관광홍보를 목적으로 정책지원을 유치한 탓에 최소한 한우프라자 내에 식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었는데, 서산축협은 그동안 이미 몇 차례 식당 운영에서 쓴맛을 본 경험이 있었다. 여기서 키맨이 된 게 춘천 남이섬을 관광명소로 만든 기획가 강우현씨다. 이완섭 전 서산시장과의 인연으로 서산한우프라자를 방문한 강씨가 건물 디자인과 서산한우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지도했고, 식당 개장에 맞춰 기획한 축제가 성황을 끌면서 이곳 식당이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다.

거세비육우가 공판장의 관행 경로를 통해 유통된다면, 한우프라자 정육식당은 암소고기 유통을 책임진다. 60개월령 이하 암소로 조건을 한정하고 사양기술을 보급해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비선호부위는 불고기 등 가공을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특히 홈쇼핑은 새벽방송임에도 방송국에서 편성 유지를 먼저 원할 만큼 고정수요층이 두텁고 이것이 다시 홍보요인이 돼 다른 온라인판매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식당과 온라인판매의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맞물리기 때문에 소비자에겐 합리적 가격, 조합원에겐 적정가격 보장이 가능하다.

경제사업을 집약해 놓은 한우프라자는 농민들의 편의뿐 아니라 조합 사업의 효율성 면에서도 순기능을 내고 있다. 2015년 600억원대였던 서산축협의 경제사업 규모가 2020년 848억원, 지난해 965억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서산한우프라자 육가공시설에서 작업 중인 직원들. 이곳에선 평균적으로 1주일에 10마리분의 소 반도체를 발골·정형·포장한다.
서산한우프라자 육가공시설에서 작업 중인 직원들. 이곳에선 평균적으로 1주일에 10마리분의 소 반도체를 발골·정형·포장한다.

경제사업 외에, 서산축협은 희귀하게도 ‘교육사업’이 강점인 조합이다. 최 조합장 임기 초부터 개설한 조합원 교육프로그램 ‘한우대학’에선 수의사 출신인 최 조합장 본인을 비롯해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개량·사양·질병관리 등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요식행위에 그치기 십상인 여느 교육들과 달리 강의를 들어본 농가들이 주변 농가를 데려오고, 수료 후에 다시 수강하는 이들도 있다.

2019년부터 서산한우대학 강의를 수강 중인 박병훈씨는 “이런저런 정책자금을 지원받아도 지식이 없어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많은데, 한우대학은 소득과 직접 연결될 만큼 큰 도움이 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이런 교육은 처음인 것 같고 목장 40년을 운영한 나조차도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고 말했다.

서산한우대학은 지금까지 508명의 수료자를 배출했고 올해 8기 과정을 개설한다.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축산물의 품질이 곧 그 축협의 경쟁력임을 생각하면, 내실 있는 교육사업이 그동안 서산축협의 경제사업 발전을 뒷받침해온 중요한 축이라 짐작할 수 있다. 불과 7년 전까지 조합원들이 부끄러워하던 서산축협이라는 조합은, 조합원을 위한 착실한 노력을 통해 이제 어느 조합보다 당당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서산한우프라자 사료물류센터에 적재된 사료들. 농가가 직접 방문구입할 경우 포당 400원을 할인해 준다.
서산한우프라자 사료물류센터에 적재된 사료들. 농가가 직접 방문구입할 경우 포당 400원을 할인해 준다.
서산한우프라자 축산기자재마트.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각 업체들로부터 농가 활용도와 성능이 우수한 제품들을 모아 진열해 놨다.
서산한우프라자 축산기자재마트.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각 업체들로부터 농가 활용도와 성능이 우수한 제품들을 모아 진열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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