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조합을 맡아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 같다.
조합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조합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 그동안 서산축협이 농민을 위해 할 사업들을 챙기지 못했고 그걸 바로 세우겠다는 생각으로 조합장직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농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잘 팔아주고 생산관리를 잘 도와주는, 협동조합의 근본적 역할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초선 재투표 과정에서 무자격조합원이 대거 정리됐다. 서산축협뿐 아니라 대부분의 축협이 조합원 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데, 해법이 있을까.
당시 2,300명이었던 서산축협 조합원이 830명으로 줄었다. 지금은 1,030명으로, 매년 미가입 축산농가의 가입이 늘고는 있다. 사실 축산은 농업분야에서 비교적 전망이 있는 편이다. 후계농 10명 중 7명이 축산 때문에 들어오지 않나. 다만 한편으로 농업정책이 대규모 축산을 지양하고 소규모 복합영농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단지 축협의 유지 때문이 아니라 이런 복합영농이 농가수익도 높고 순환농업이 가능하며 농촌 공동체를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우산업의 상황은 어떤가.
340만두(사육마릿수) 시대라고 해서 불안감이 크다. 수입원료에 의존하고 있는 사룟값은 춤을 추는데 하다못해 볏짚 하나까지 농가 개인에게만 내맡겨져 있다. 경종농업보단 상황이 나은 게 사실이고 소비패턴 변화, 코로나19 영향으로 당장은 가격도 받쳐주고 있지만,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게 한우산업이다.
주말마다 농가에 왕진을 가는 걸로 안다. 이유가 뭔가.
개업 30년차 수의사이고 지금도 내 명의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데, 대동물 수의사가 나밖에 없다. 수시로 농민들의 전화상담을 받으면서 응급상황엔 평일에도 가는데, 미뤄뒀던 건은 주말에 가고 있다.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데 가장 좋은 일인 것 같고 조합원들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도 조합장 일보다 수의사 일이 재미있는 것 같다(웃음). 서로가 좋은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서산축협의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은.
조합원 소득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게 조합이다. 조합원들이 의지하는 조합, ‘이 조합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조합이 돼야 한다. 조합원들이 지금 인정해주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해온 일들이 옳다는 뜻일 거다. 보다 노력해서 우리나라 모든 축협들이 지향할 ‘모델’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