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포기하는 CPTPP 가입 중단하라

  • 입력 2022.01.1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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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자마자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라 불리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우리 앞에 날아들었다. 정부가 CPTPP 가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식량식품분야 설명회라는 장을 만들어 놓고 또다시 농축산업계에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추진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올해 3~4월 중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는 기간을 고작 2개월 남짓 잡고 무엇을 듣고 어떻게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관련된 산업계의 의견을 단순히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CPTPP 가입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가 예상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가입을 추진하면 안 된다. 농축산업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CPTPP 가입 계획에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CPTPP는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FTA보다 더 막강한 초대형 FTA라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서도 CPTPP 가입 시 기체결한 FTA보다 더 강화된 규범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농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과의 농산물 경쟁에서도 피해가 예상되는데 농축산업 분야에 대해 더 세밀하게 검토하고 철저히 대비하고자 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CPTPP는 일본이 주도가 돼 칠레,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11개국이 결성한 다자간 자유무역이다. 일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다. 한국은 2004년 4월 타결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7개국과 17건의 FTA를 체결한 상태다. 전 세계에 뻗어 있는 한국의 수출 주력산업은 이미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정작 내수시장은 기초산업의 붕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속이 단단해야 밖도 더욱 단단해지는 것인데 국내산업의 붕괴는 외면받고 있다. 내수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에 역량을 쏟아야 하지만 여전히 수출에만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정부가 FTA에 가입하기 위해 펼친 논리는 전 세계 통상 흐름에 한국도 편승해야 하고 우리가 빠지면 한국의 무역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가입하겠다는 결론을 낸 채 한국이 CPTPP 가입을 위해 11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으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까지 분석한 상태라고 한다.

정부는 국내산업이 입을 피해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 허락을 받기 위한 준비가 우선이었다. 최근 대만, 에콰도르 등이 CPTPP 가입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더 성급히 움직이는 듯한데 어쩌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본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CPTPP 가입 시 관세철폐 기간은 더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까지 애써 지켜왔던 민감품목의 보호도 더이상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협상은 언제나처럼 베일에 꽁꽁 쌓인 채 진행될 것이고 농축산업이 입을 타격은 모든 협상이 끝난 후에야 알려질 것이다. 우리는 자유무역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2년 동안 충분히 체감했다. 자국의 식량주권을 가벼이 여기는 CPTPP 가입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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