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농지법 악용, 농업용 창고 위 태양광 사례 만연

농업용 시설 해당 안 돼 농식품부 전수조사 대상서 제외

용도대로 사용 중인지 주기적으로 단속·점검할 근거 없어

  • 입력 2022.01.0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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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이남수 봉림리(대림리) 이장과 김동현 장흥군농민회장이 준공을 앞둔 전라남도 장흥군 장평면 봉림리 일원의 ‘농업용 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이남수 봉림리(대림리) 이장과 김동현 장흥군농민회장이 준공을 앞둔 전라남도 장흥군 장평면 봉림리 일원의 ‘농업용 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농지 위에 버섯재배사가 아닌 농업용 창고를 짓고 해당 건축물을 태양광 발전시설로만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업용 창고는 축사나 버섯재배사, 곤충사육사 등의 ‘농업용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가 산업통상자원부 및 지방자치단체·한국에너지관리공단 등과 실시하는 농업용 시설 태양광 전수조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농식품부는 버섯재배사나 곤충사육사 등으로 위장한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편법 사례가 늘자 해당 농업용 시설을 집중 점검해 농업경영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농지처분, 원상회복 명령, 고발 및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농업용 창고 위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는 하고 있지 않다.

관련해 전라남도 장흥군 장평면 봉림리 일원에는 벽면 구조물 없이 기둥과 경사진 지붕으로만 이뤄진 농업용 창고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역주민에 따르면 해당 창고 주인은 원래 버섯재배사를 지어 태양광을 설치하려 했으나 장흥군 관리계획 조례에 따라 버섯재배사 등의 농업용 시설은 5년 이상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으므로 개발행위허가 심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용도를 농업용 창고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남수 봉림리(대림리) 이장은 “누가 저걸 농업용 창고로 보겠나. 그냥 태양광 패널 깔 목적으로 시멘트 붓고 기둥이랑 지붕 만들어 놓은 것밖에 안 된다”라며 “비 오면 옆으로 비가 다 들이칠텐데 저기에 어떻게 곡식이며 비료 등을 보관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런 창고를 생전 처음 보는데 장흥군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관계자가 와서 보고는 ‘농업용 창고로 쓰면 농업용 창고가 맞다’는 식으로 얘길했다”고 지적했다.

이 이장은 또 “지금 준공 허가받자마자 태양광 설치할 생각밖에 없는 저 가짜 농업용 창고 말고도 이미 버섯재배사니 고사리재배사로 위장한 태양광 설비가 마을 주변을 빙빙 둘러친 실정이다. 농기계를 몰고 지나다니면 반사된 햇빛에 눈이 부셔 사고가 날 것만 같고, 농지와 인접한 임야 태양광 아래엔 무슨 약을 뿌려댔는지 3년 넘게 풀 한 포기 나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도 저런 게 마을 곳곳에 자리잡다 보니 몇 안 되는 젊은 귀농·귀촌인들마저 최근 집 팔고 마을을 떠나겠단 얘기를 하고 있다. 이대로면 어떤 젊은이도 농촌에 들어와 살려 하지 않을 거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장흥군청 농산과 관계자는 “민원이 수차례 들어와 해당 농업용 창고 건에 대해선 이미 인지하고 있다. 농지전용 절차와 개발행위허가는 모두 완료된 상태고, 버섯재배사로 허가를 받으려다 태양광 설치를 위해 용도를 농업용 창고로 변경한 사례인 것도 안다”라며 “군청 건축과를 통해 확인하니 창고는 설계상 기둥과 지붕만 있으면 문제가 없고, 농업용 창고는 특히 트랙터 등 큰 농기계를 보관해야 하므로 벽체 있는 경우가 드문 게 사실이다. 아직 준공 허가도 안 난 상태에서 농업용 창고로 쓰는지 안 쓰는지를 먼저 따질 순 없고 제기된 민원을 토대로 향후 농지법 39조에 따라 전용신고된 농지가 허가 목적을 위반하는지 점검해 농업 자재 보관용도로 사용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시 허가 취소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현 장흥군농민회장은 “지금 나이드신 분들 말고 농촌에 들어와 살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정부가 이대로 편법·불법 태양광을 계속 내버려 둔다면 마을이 붕괴되고 농민마저 농촌에서 떠날 것이 자명하다”라며 “버섯재배사 등 농업용 시설이 용도대로 이용되는지는 대개 출하증명서 등을 통해 확인하는데, 지금 태양광에 눈이 먼 업자들은 출하증명서도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고 다른 데서 재배한 버섯을 태양광 버섯재배사에서 재배한 거라 속이고도 남는다. 주민 50% 이상 동의하지 않으면 마을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하고 재배사·창고 태양광을 지속적으로 관리·확인할 수 있게 그 권한을 주민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흥군은 봉림리 일원의 농업용 창고가 목적대로 이용되는지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나, 그 판단 기준이 법·제도상에 명시돼 있지 않고 사실상 지자체 재량에 달려 있는 까닭에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농민들은 당초 농지전용이나 개발행위허가 등의 절차를 보다 강화해야 한단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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