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 사장 인선을 앞두고 농업·유통업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문영표 전 롯데마트 대표가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 가격 유지를 통해 생산자·소비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공영도매시장(가락·강서·양곡시장)을 관리·운영하는 공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가락시장은 전국 32개 도매시장이 취급하는 총거래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사가 추구해야 할 우선 가치는 공공성이다. 하지만 도매법인의 과다수익, 경매 중심의 독점적 수탁거래 등 공적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가락시장에 잇따르고 있다.
처음 공사 사장을 모집할 때부터 시장 관계자들은 일관된 걱정을 피력해왔다. 대기업 출신 인사들이 공사 사장에 대거 지원했다고 밝혀지자 공공성·전문성·경험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이런 와중에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 종사자가 최종 지명되자 시장 안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지금까지 대형마트들은 농산물을 납품받으면서 계속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출하기에 햅쌀이 나갈 때 할인행사 등을 통해 시중가격을 떨어뜨리면서 납품하는 농민들을 힘들게 했다. 이런 사람을 공사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비판했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영업이익을 추구했던 사람이 공적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라며 “도매시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공영도매시장은 사익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서울시민의 공공이익이 중점이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공공성보다 효율성을 추구하며 수익 강화를 최우선에 두는 대기업 CEO가 공익적 기능을 감당해야 할 도매시장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시장 안에서도 법인들 주식을 대기업이 다 갖고 있는데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또한 새로 선임될 사장에게 “다수를 점하고 있는 중도매인이나 영세 농민·출하자를 위해 개설자로서 올바른 역할을 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우려는 더 커질 것이다”라고 일갈하며 “재건축이나 시장 내 여러 분쟁에 대해 대기업과 달리 공사 사장은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자회견이나 청문회를 통해 공공의 역할에 대한 입장을 듣고 난 후에 판단하겠다”라고 전했다.
문 후보는 앞으로 서울특별시의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후 지자체장이 임용하면 공사 사장으로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