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쌀값 하락 심각” …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전농, 지난달 말부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서 농성
농민들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초과생산량 시장격리해야”

  • 입력 2021.12.10 09: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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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식량자급 근본대책 마련 및 쌀 시장격리 실시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즉각 실시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식량자급 근본대책 마련 및 쌀 시장격리 실시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즉각 실시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이 산지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관련 부처가 농민들의 쌀 시장격리 요구를 외면하고 쌀값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나락 적재 투쟁과 기자회견, 농성을 이어가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쌀값 안정화를 위해「양곡관리법」에 따라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추가로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6일 충남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쌀값은 농민값, 쌀값을 보장하라!’, ‘법대로 시장격리 즉각 시행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 농성장과 국회 앞을 오가며 정부 여당을 향해 쌀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쌀값 하락 방치하는 정부·여당 규탄 대회’ 종료 후 그 자리에서 지역별로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사와 국회 앞에 갔을 때 우리가 왜 왔는지 알아보려는 관계자나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며 “오늘 하루 이 나라의 정치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면면을 봤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 농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충남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 농성장에서 피켓을 들고 정부 여당을 향해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6일 충남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 농성장에서 피켓을 들고 정부 여당을 향해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농민들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던 시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국회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이 국회 정론관에서 ‘선제적 쌀 시장격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재정당국의 과감한 선제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앞 피켓 시위를 하다 여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소식을 들은 신성재 전농 부의장은 이를 두고 “(여당 의원들이) 지역구에 자기들 노력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구하다”고 평가했다. 신 부의장은 이어 “농민들이 자기 당사 앞에 와서 일주일 넘게 나락 적재하고 전국에서 돌아가며 농성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정당이고 국회의원이라면 책임 있게 문재인 대통령 만나서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정부 역할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기획재정부·농식품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서 왜 이게 안 되는지 질책하는 것이 여당의 역할인데, 누구한테 촉구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 9일에는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전국먹거리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중행동(준) 등 4개 단체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식량자급 근본대책 마련 및 쌀 시장격리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세우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는 “청와대에 당장 3일만 먹거리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면 어떤 일이 생기겠느냐”라며 “안정적 수급이 이뤄지려면 농촌이 안정돼야 하고, 그 상징인 쌀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우리 생존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 국가를 위한 것임을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국가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앞장서 대책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랜 기간 왜곡된 농업 구조를 문재인정권이 5년 안에 해결하리라 기대하진 않았다”라며 “그러나 주춧돌이라도 놓아야 할 것 아니냐”라고 분개했다.

정홍균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어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왔다”라며 “문재인정부가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초과생산량이 수요량의 3% 이상일 경우 또 수확기 가격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자동으로 시장격리를 발동하도록 해달라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정작 문제는 송영길 대표부터 이 쌀값 문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을 자동시장격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현재 정부는 원자재 값과 물류비 상승으로 폭등하는 물가를 쌀 등 국내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주범인 양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려 하고 있다”라며 “지금의 밥상물가는 국내산 농산물 가격 상승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쌀값은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했던 2015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관료들은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국민 1인당 1년에 16만원 소비하는 쌀값이 높다며 연일 언론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북 지역 농민들과 충남 보령시 농민들도 쌀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나락 적재 투쟁에 함께했다. 전농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종, 전북도연맹)은 지난달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쌀값하락을 조장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연 뒤 그 자리에 나락을 쌓았고, 보령시농민회(회장 이종협)도 지난 4일부터 이틀에 걸쳐 단위농협 5곳 앞에 나락 적재를, 지난 7일 보령시청 앞에서 나락 적재와 기자회견을 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의장 이갑성, 광전연맹)도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 나락을 쌓고 농민결의대회를 진행하며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난 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이갑성)이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 나락을 쌓고 농민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윤병구 기자
지난 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이갑성)이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 나락을 쌓고 농민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윤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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