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울금 이야기

  • 입력 2021.12.0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진도울금농장(진도강황영농조합법인) 작업장에서 여성농민들이 울금의 뿌리줄기를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진도울금농장(진도강황영농조합법인) 작업장에서 여성농민들이 울금의 뿌리줄기를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울금이 국내에서 처음 재배된 게 언제인진 확실치 않지만 삼국~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전래와 함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록상으로는 조선 전기까지 전남지역 7개 이상의 지역에서 재배된 사실이 확인되는데, 조선 중기 이후엔 류큐 왕국(지금의 일본 오키나와현)으로부터 조공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국내 재배 기록이 전무하다. 언젠가부터 모종의 이유로 국내에서 명맥이 끊어진 것이다.

국내에 울금 재배가 다시 규모 있게 이뤄진 건 불과 30년 전, 전남 진도에서다. 일본에서 울금(우콘) 종자를 가져온 강원도 사람 옥용화씨가 1992년 진도로 내려와 정미소와 대파 수집상 일을 하던 박경준씨를 만났다. 분진과 농약이 가득한 작업환경에서 건강이 안좋아졌던 박씨는 울금의 효능을 체험하고 조금씩 재배를 늘려갔다.

옥씨나 박씨나 수완이 꽤나 좋은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옥씨는 낯선 땅에서 액비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고 박씨는 낯선 작물을 가지고 농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2000년 무렵부턴 아들인 박시우씨까지 귀농, 박씨 부자가 나란히 울금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주산지인 일본 오키나와를 오가며 ‘욱근’이라고만 듣고 키웠던 이 작물이 ‘울금’인 걸 알게 됐고, 재배법을 연구하며 방송국에 취재요청 전화를 돌리며 그렇게 20년을 끌고 왔다. 잠깐잠깐이나마 수익성이 보이자 농협과 농가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비록 수십ha 규모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울금도 진돗개·홍주·대파와 함께 진도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울금과 강황이 같은가 다른가에 대해선 매우 복잡한 논쟁이 있지만 본문에선 일단 유통현장의 실태를 기준으로 ‘같다’고 규정하겠다. 강황(울금)은 본래 열대작물이라 일본 열도에서도 최남단에서 재배되는 작목이다. 몇 가지 종자 가운데 국내에선 4월에 심어 10월에 꽃이 피는 가을울금만이 재배 가능한데, 그나마 겨울을 나기 힘든 탓에 남쪽 나라들보다 50일가량 빠른 11~12월에 수확을 한다. 당연히 강황(울금)의 핵심 성분인 커큐민 함량이 낮을 수밖에 없어 수입산 강황보다 색이나 향이 연한 특징이 있다.

다만 몸에 좋은 커큐민도 과하면 독이 되는지라, 진도울금은 수입산 강황에 비해 일상적으로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푸드마일리지가 짧고 통관절차가 없는 만큼 환경적 측면에서나 개인 건강의 측면에서나 수입산보다 우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울금은 우리 농업에 근래까지 없었던 작목이며 식품보다는 향신료·차·건강식품 등으로 활용된다. 다른 농산물과 소비 대체효과가 거의 없는 훌륭한 작목분산 수단이 될 수 있다. 늘상 배추·대파·쌀의 포화로 허덕이는 진도 지역이라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진도울금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가공하지 않고는 팔 길이 없었던 초창기 환경 탓에 당시로선 드물게 산지 생산·유통조직들이 견고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국산 울금의 70%가 진도에서 나오는 만큼 자체적인 수급조절까지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지금은 다소 침체에 빠져 있는 울금이지만, 언제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내재돼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