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막힌 진도울금, 2022년은 희망차게

단발성 홍보에 의존한 판매, 들쭉날쭉했던 20년

농진청·건강기능식품업체 두 날개 달고 새 도약

  • 입력 2021.12.0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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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진도울금의 최대 난제는 판로다. 산지 유통조직들이 수급을 조절하며 농민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안겨주고 있지만, 마음놓고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이유가 불안한 판로에 있다.

어떤 농산물이든 처음 재배하는 품목은 판로 개척이 관건이다. 사회적 ‘열풍’이 불지 않는 한 관행유통에 편승할 길이 없고 결국 직거래부터 시작해 길을 뚫어야 한다.

진도울금의 선구자 격인 박시우씨는 울금 재배를 본격화한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수시로 방송사 문을 두드리는 방법을 택했다. 선택은 주효한 것처럼 보였다. 2003년 지상파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처음 울금을 다룬 후 일주일 동안 5,000만원 매출을 기록, 재배면적을 곱절로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 홍보효과는 냄비처럼 빨리 끓고 식었다. 어렵사리 방송을 타더라도 불과 일주일이 되면 열기가 식고, 해가 지나면 더 기대할 게 없어졌다. 매년 수확시기마다 방송국에 전화를 돌려 몇 번의 방송을 탔지만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4년 농식품부의 66억원짜리 클러스터 사업을 유치했을 땐 진도울금이 전성기를 맞았다. 클러스터라 하지만 역시 무게중심은 홍보에 둘 수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수요를 늘려갔고 2013년 41ha(전남 전체)였던 재배면적이 2016년 230ha로 늘어났다.

하지만 사업기간이 마무리되는 2018년을 기점으로 진도울금은 다시 내리막을 탄다. 농가수취가는 kg당 2,700원에서 차차 2,500원, 2,200원, 2,000원으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재배면적은 과거보다 더 적은 29ha가 됐다. 단발성 홍보는 단발성 성과만을 냈을 뿐, 진도울금에 체질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다.

동력을 잃고 침체된 진도울금에 한 줄기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건 농촌진흥청이다. 농진청은 2016년과 2019년 국산 강황(울금)의 지방간 억제 효과를 규명한 바 있다. 비알콜성지방간을 앓는 동물모델에 국산 강황 추출물을 투여해 중성지방·콜레스테롤 감소, 지방 축적 관련인자 감소, 간기능 향상과 항산화 효소 활성 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1일엔 국산 강황에 맞는 기능성 물질 추출 기술을 개발·표준화해 민간업체(㈜프롬바이오)에 기술이전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동안 산지에서 자체적인 생산·가공·유통으로 스스로의 앞길을 모색했다면, 이젠 전문 가공·유통기업을 통해 판로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는 앞으로 국산 강황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및 일반식품을 제조해 판매하게 된다. 지방간 뿐만 아니라 비만·치매 개선과 관련한 국산 강황의 효능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참여는 점점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

특히 수입산에 비해 커큐민 함량이 낮은 국산 강황은 가공에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커큐민은 고농도에서 독성을 띤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 때문에 국산 강황은 수입산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식약처가 국산 강황의 사용을 수입산과 똑같은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를 합리화하는 게 업계의 과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활력에 당장 내년부터 농민들도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지원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국산 강황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강황 재배농가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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