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TRQ 운용 중단해야

  • 입력 2021.12.0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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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이 저율관세로 수입된다는 소식에 마늘 생산농가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마늘생산자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달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마늘 TRQ(저율할당관세물량)를 수입하고자 구매입찰을 공고했다. 깐마늘 6,000톤 중 3,000톤은 수입권공매를 통해, 나머지 3,000톤은 실수요자 배정을 통해 수입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TRQ 운용 결정은 장기적으로 국내 마늘산업이나 마늘농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기간 마늘가격 하락만을 위한 조치다. 정부는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마늘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발생할 국내산의 수급불안정과 가격하락, 그로 인해 생산농가가 받을 고통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2016년 이후 국내 마늘가격이 계속 하락해 TRQ가 운용되지 않았다. 올해 마늘재배면적은 전년에 비해 13.3%(3,373ha), 생산량은 15.1%(5만4,900톤) 급격히 감소했다.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로 가격이 상승했지만 가격상승 효과는 생산농가보다는 유통과정에서 대부분 중간상인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마늘 수입으로 인한 영향은 생산농가의 수취가격 하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영향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농산물의 수입형태는 냉장, 건조, 냉동 등 여러 가지다. 형태가 어떻든 국내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다르지 않다. 2016년 마늘가격이 상승하자 정부는 마늘 TRQ를 증량해서 운용했고 바로 국내 마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2016년 국내 깐마늘 1kg 평균 가격은 7,677원이었다. 이후 국내 깐마늘 가격은 2017년 6,721원, 2018년 6,272원, 2019년 4,805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2020년이 돼서야 가격이 5,331원으로 전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제한, 생산면적 감소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의 농산물 가격정책은 항상 단편적인 면만 본다.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에는 수요와 공급 측면뿐 아니라 인건비, 농자재비의 상승과도 맞물려 있다.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면 최종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작물 생산에 소요되는 투입비용이 늘어나면 농산물 가격이라도 제값을 받아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농사를 지어 남는 것이 빚뿐이라면 농사를 지을 농민은 남지 않는다.

가격불안정도 큰 어려움인데 농사를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농업노동력 부족 문제로 힘든 시기였다. 자고 나면 인건비가 오르고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또는 노동력을 구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마늘농가가 겪은 시련이 컸다. 농업노동 인력 확보에 대해서 기계화라는 근시안적인 방안밖에 내놓지 못한 정부는 수급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였다.

안정적인 가격보장이 이뤄진다면 농사도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다.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상승하는 물가를 농산물 가격만으로 조정하려 하는 발상,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국내 농업의 붕괴를 부추기는 행위를 더이상 지켜봐서는 안 된다. 마늘은 배추, 무, 양파, 고추와 함께 한국의 5대 민감채소다. 그만큼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국민들의 먹거리에 중요한 작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저가 농산물수입이 아닌 마늘생산자단체와 함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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